즐거운 상상을 한다는 것은 상상 속 상황에 다다르지 못한 현재의 일이 아니어서 헛 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상은 그 자체 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다.
무더위와 찌덕거리는 습기가 지치지 않고 세상을 휘감아도 살갗을 고슬 거리게 하는 차가운 냄새 가득한 가을이 올 거라는 기대로 무더운 여름밤을 참아내는 것처럼, 인생에 힘겨운 일이 있을 때 상상만으로도 참아낼 수 있도록 힘을 주는 사람이 있다.
과한 욕심을 내거나, 오만하거나,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떠올려야 할 사람. 나는 얼마나 어른다운 삶을 살았고 살아야 하는가를 되짚어보고 각오할 때 떠올려야 할 사람.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이야기가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고, 약자를 누르고 치사함과 굴욕의 수모를 견디며 병에 걸린 사람처럼 검고 찌든 얼굴로 출세를 위해 강자 앞에서 손뼉 치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이 뒤숭숭 한차에 나는 그들처럼 살지 말아야지 다짐하며 손을 모아 마음을 가지런하게 해주는 어른.
얼마 전 그런 사람이 생겼다.
평생을 베풂으로 살아오신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
닮고 싶지만 결코 닮을 수 없는 어른.
그분은 어른 김장하 선생님이시다.
"돈이라는 게 똥이랑 똑같다. 모아두면 냄새만 풍길뿐이다. 그러나 밭에 흩어 뿌리면 거름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