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 부터의 독립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40살 캐나다 직장인 이야기
처음에 "너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지 말자"라는 말이 정말 와닿지 않았다. 같은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대충 하는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열심히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게 됐다.
대충 일하라는 뜻이 아니다.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승진하려고 등 외부적인 조건을 위해 내 인생을 갈아 넣지 말자는 거다. 지금 회사에서 배울 게 있는지 생각해 보자. 코딩 스킬, 내 회사를 차리고 싶을 때 필요한 자원과 지식들 - 포워딩 회사에서의 경험, 마케팅, 기존 거래처와의 관계 등을 통해 나만의 1인 기업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배울 게 없고, 하는 일이 대부분 수동적인 일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기 싫은 일에도 배움이 있다고 하지만, 나라면 퇴사를 계획하고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한 뒤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인생 비전을 다져보겠다.
사실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지금 여기에 왜 있는지 잘 모른 채 월급날만 바라보며 살고 있지 않은가? 한국에서 사회 초년생으로 일할 때, 한국 직장 사회에서만 이런 느낌이 만연할 줄 알았다. 그래서 캐나다로 이민을 왔고 더 나은 복지와 워라밸이 있는 캐나다 회사에서 근무하지만, 퇴사하고 싶은 욕구는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외부 조건이 아닌 내 마음이 회사를 계속 거부하고 있었다. 나는 영적인 감동을 주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더 이상 회사에 매일 8시간 이상을 헌납하며 나의 노동가치를 그들이 정한 액수로 정의하고 싶지 않다.
핑계가 될 수 있지만, 사실 안식년을 갖기로 한 뒤 둘째 아이가 생겨서 와이프가 일을 그만두고 나는 안식년 시행을 1년 보류하기로 했다. 인간의 창의성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어야 비로소 불안감 없이 잘 발현될 수 있다는 말에 크게 공감한다. 어느 정도 경제적 안전망을 구축해 놓고 사람의 영혼을 울리고 그들에게 영적인 감동을 주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아이 기저귀 살 여유도 없는 아빠가 되면서까지 가난한 예술가가 되고 싶지는 않다.
회사는 우리의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우리만이 우리의 인생을 책임질 수 있다. 단순히 월급을 위해 일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인생속의 나를 위해 일하고자 한다. 지금 하는 일이 앞으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한다면 열심히 배우자. 하지만 일하면서 얻는 게 월급과 스트레스뿐이라면, 안식년을 갖고 진지하게 나를 다시 들여다보자. 다만 월급 없이도 1년 정도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하자는게 내 생각이다. 경제적 불안감이 커질수록 우리의 창의력과 도전정신은 점점 압도당하며 결국엔 다시 내가 편하게 생각했던 회사생활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회사에 있는 것은 안정감을 주지만,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자기 발전 없이 허무하게 시간만 흘러가고 결국 나이가 들어 해고당하면 그제야 느낄 것이다. 회사에 남는 것은 가장 안전하지 못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왜 하루빨리 독립을 이루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했는지를. 나는 그래서 해고당하기 전에 스스로 독립을 위한 준비를 하려고 한다. 안식년까지의 남은 1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작게나마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니즈 충족, 나의 비전과 가야 할 방향이 확실해지는 내년 8월, 영원한 안식년을 갖기로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