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음 일기

계속 써 내려가는 나의 생각, 기록들

by MK

04-12-25 06:07

오늘은 새벽 3시 50분 정도에 자연스럽게 깼다. 계획은 유일하게 24시간 운영하는 맥도날드에 가서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개인시간을 갖는 것이었고 지금 이렇게 아무도 없는 창가자리에 앉아 어제의 일기를 쓰고 있다.


어제 드디어 내가 공들여 만든 표를 만들었다. 사실 초보 개발자라도 만들 수 있는 단순한 표 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 편리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행을 추가하고 삭제하고 업데이트 하는 기능을 공을 들여서 만들었다.


잠시 반지하 사무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매고 동네 한 반퀴를 돌았다. 3.6키로, 7분 페이스. 많이 힘들었다. 5월 말에 10KM 달리기를 신청했는데 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04-11-25 06:40

어제는 한 동안 잠잠했지만, 한 세입자로 인해 마음 상한 일이 있었다. 한국에 빨리 돌아가니 보증금을 맞춰서 달라는 거였고 나는 원칙적으로는 계약이 끝나는 다음날 줄 수 있고, 늦어도 퇴실 후에 드릴 수 있다고 했다. 여기서 서로 계약서에 이런 내용이 있냐 없냐를 따지면서 결국 퇴실 후 다음 날 주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이 일로 일을 빨리 마치고 조기하려던 나의 계획은 사라졌다. 분한 마음만 남았을 뿐. 요즘 20대 아이들은 왜 이렇게 예의가 없는 건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캐나다에 정착하려는 이들에게 잘해주려고, 그리고 월수입을 조금씩 개선시키고자 시작했던 것인데, 여러 사람들을 겪고 보니 점점 스트레스만 쌓여가고 온기가 없는 사무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04-10-25 06:41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시연하는 미팅이 있었다. 웹 개발은 내가 맡았지만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같은 팀원이 한다고 해서 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시연은 문제없이 끝났다. 나는 그저 듣기만 했으니까 걱정할 것도 없었다. 인상적인 것은 거기에 참여한 중국인 직원이었는데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그의 자신감과 영어는 훌륭했다. 발음은 중국억양이 강했지만 전혀 기죽지 않고 오히려 서양인 여자 두 명이 있는데도 분위기를 압도하며 질의응답 시간을 주도해 나갔다. 회의 전 스몰토크부터 날카로운 질문과 피드백으로 회의를 마무리 한 그의 태도는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나는 여기 캐나다에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런 자신감은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 보다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 워낙 성향이 내성적이어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진 않지만, 영어가 자연스럽게 늘지 않고 오히려 퇴화하는 사실 속에 나는 과연 10년 동안 무엇을 했나 생각해 본다.




04-09-25 06:54

어제도 그저께와 같이 8시에 잠들었다. 조금 설치긴 했지만 대략 9시-10시 사이에 잠이 든 것 같다. 새벽 1시 정도에 깨고 다시 일어나 보니 알람시각인 5시 반이 훨씬 지난 6시 반에 일어나게 되었다. 옆에서 고이 자고 있는 큰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용히 나갈 준비를 하고 다시 팀홀튼으로 와서 어제 일기를 쓴다. 사람의 컨디션은 날씨와 같다고 느낀다. 어떤 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날씨 좋은 상태였고, 오늘은 조금 흐려서 일어나기 힘들었지만 다시 내 몸의 날씨는 맑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예전에는 왜 항상 6시에 못 일어나지? 왜 항상 이걸 꾸준히 하지 못하고 3일 만에 포기할까? 하고 자책하고는 했는데, 지금은 우리 몸의 날씨 탓을 해본다. 우리는 기계와 같지 않아서 항상 정해진 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꾸준히 할 수 없는 것 같다. 대신 어느 날은 기계보다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지만, 어떤 날은 일이 잘 안 되거나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우리의 인생을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흘러가는 대로... 자책하지 말고, 스트레스받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날씨가 좋으면 밭일을 하고, 비가 오거나 추운 겨울일 때는 농사일을 쉬는 농부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하루하루 정해진 시간과 계획에 통제되지 않고, 내 몸과 기분의 상태에 따라서 일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유인으로 살아가고 싶다.




04-08-25 06:22

어제는 8시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생생한 꿈을 많이 꿨다. 전혀 친하지 않았던 고등학교 동창도 나오고 뒤죽박죽 전개가 되면서 잠에서 깨기를 반복했다. 약속한 대로 5시 반 알람소리에 일어났지만 몸이 무겁고 개운하지 않았다. 꿈을 많이 꾸면 뇌는 계속 활동상태에 있기에 피곤하다고 했다. 하지만 왜 꿈을 많이 꾸는지 궁금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어제의 좋은 기분을 살려 오늘도 다시 그 감정 그대로 하루를 사려고 한다. 이 감정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어제의 일과는 계획대로 이루어졌다. 새벽에 일어나서 일기 쓰고, 도서관으로 일찍 출근하고, 30분 운동하고 집에 와서 일 마무리하고, 아이 픽업하기 전 2시간 개인시간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갑자기 들어온 회사동료의 부탁 처리하기, 세금정산 및 보험 갱신으로 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 후 큰 아이 목욕시키고 같이 놀고 잠자리 들기. 당분간 이 루틴대로 생활할 예정이다. 좀 더 단순하게 살기, 일 생각은 회사에서만, 내 주변의 것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걸 바라보는 내 생각들이 복잡하고 난해할 뿐.




04-07-25 06:23

한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일까? 무기력하고 주위의 모든 것이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혼자 있고 싶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서 한국에서 장모님께서 오셔서 밥도 해주시고 아이도 돌봐주시는데, 개인공간이 침해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감정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 와이프도 장모님과 산책을 가는데 누가 큰 아이, 작은 아이를 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다. 결국 나 혼자 집에 남겨졌고, 나는 해방감이라기보다는 집이 갑갑해서 샴푸도 사러 갈 겸 나왔다.


가는 길에 유튜브 추천으로 오디오 북을 들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몇 년 전 나를 미니멀리즘의 세계로 인도한 사사키 후미오 작가의 책이었다. 거기서 이런 비슷한 말을 했다. 물건이 많을 때는 무기력하고 오히려 일을 미루게 되며 가지고 싶은 것을 더 갈망하게 되는데, 물건을 95% 비우자 삶이 간결해졌고 오히려 스트레스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다.


팀홀튼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머리를 비울 생각이었으나 커피를 한 모금만 마시고 이 말을 듣자마자 바로 집으로 향했다. '변화를 원한다면 지금 당장 물건을 버리세요' 그렇다 내가 필요한 건 무언가를 더 내 인생에 추가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것이었다. 내가 갑갑한 이유도, 짜증 나는 이유도, 다 그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문제였다. 그래서 집 차고에 먼지가 쌓여 방치된 박스들과 안 쓰는 전자제품을 바로 버리기 시작했다. 2시간 넘게 박스를 조그맣게 잘라서 재활용함에 넣고 안 쓰는 물건들은 가감하게 버렸다. 땀이 났다. 그리고 느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진 것을. 그때부터 나는 뭔가 모르는 변화하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팀홀튼에 오랜만에 와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겠지만 계속 일기를 쓰면서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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