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랜드에서 신기했던 11가지
EDM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벨기에 투모로우랜드 (Tomorrowland in Belgium). 지난 7월 버킷리스트 속 한 줄로 자리 잡고 있던 바로 그 투모로우랜드에 다녀왔다.
'세계 최대 규모', '어른이들을 위한 꿈동산'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붙는 이 축제에는 매년 18만 명 이상의 전세계 EDM팬들이 몰린다. 2주에 걸쳐 개최한 올해는 역대 최다인 40만 명의 어마어마한 관객이 모였다.
저 많은 인원을 어떻게 수용하냐는 질문이 붙는다면, 페스티벌 현장이 잠실 운동장 수준이 아니라 한 마을 정도의 규모라고 대답할 수 있겠다. 매년 벨기에 붐(BOOM)이라는 도시의 대형 공원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이 외진 공간에서 열리다 보니 축제 기간 동안 숙박할 수 있는 텐트존이 마련되어 있다. 본 축제는 3일간 열리지만 드림빌(DreamVille)이라는 텐트 숙박 상품 구매시 하루 전에 입장해 오프닝 파티(The gathering)를 즐기고, 최대 4박 5일까지 축제 현장에 머무를 수 있다.
언젠가를 기약하며 올해 갈 생각은 꿈도 꾸지 않았던 나는, 심심해서 도전해본 사전등록 티켓팅에서 우리나라 First 20에 선정돼 '티켓을 살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 특별한 기회를 놓칠 수 없어 3일의 입장권+설치된 텐트를 제공해주는 이지 텐트(Easy tent) 패키지를 끊어 벨기에로의 먼 여정을 떠났다.
*참고*
올해 투모로우랜드는 2주 동안 2차에 걸쳐 개최됨
1차 : 7월 21-22-23일
2차 : 7월 28-29-30일
(글쓴이는 1주 차에 참석)
그리고 아직도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금,
후기 겸 정보글로 4박 5일의 투모로우랜드에서
신기했던 점 11가지를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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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것은
EDM 페스티벌인가
캠핑 페스티벌인가
: 생각보다 준비가
필요한 드림빌 숙박
어차피 숙박은 텐트까지 제공해주는 패키지를 끊었으니 마냥 페스티벌만 즐기면 되는 줄 알았던 나. 의상+소품만 달랑 준비해갔고 현장에 도착해 살짝 패닉에 빠졌다. 기차에서 만난, 누가 봐도 투모로우랜드에 가는 듯 보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먹거리+캠핑 장비를 바리바리 담은 큰 짐가방을 메고 있었다.
그들은 드림빌에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설치하고, 꾸미고, 국기를 달았다. (마치 누구 집이 더 훌륭한지 내기하는 것처럼 보였달까)
한국에서조차 캠핑 경험이 없었고, 텐트에서 자는 게 얼마나 고될지 몰랐던 이 무지인은... 무방비상태로 간 덕분에 4박 5일 동안 호되게 고생을 했다. 내가 구매한 패키지는 텐트와 더불어 에어 배드, 침낭, 작은 렌턴 등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했지만, 이것만으로 변덕스러운거지같은 벨기에 날씨를 버티면서 편히 쉬기에는 부족했다.
또 5일 동안 벤더 음식만 먹는 것도 무리가 있었고, 간단한 요리를 할 캠핑 도구가 간절했다. 드림빌 내에 캠핑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있긴 했지만... 놀이공원에서 음식을 사 먹어봤는가? 그럼 이런 독점 현장에서는 물가가 얼마나 비싸고 창렬한지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캠핑 장비면... (말잇못) 그래서 일광욕할 돗자리 하나 사고 참았다.
4박 5일을 고생하며 내년에는 그릴을 들고 와서 고기를 구워 먹을 것이라고, 캠핑 장비를 제대로 준비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투모로우랜드 방문을 꿈꾸는 누구라도, 드림빌에 묵을 생각이라면 준비를 단단히 해가길 당부한다. (비교적 저렴하게 텐트 장비를 대여해주는 유럽 내 업체가 있다고 한다. 혹은 Relax Room, DreamLodge 같이 업그레이드된 숙소 패키지 예약하는 방법도 있다. 근데비쌈 많이비쌈)
#2
넓어도
진짜
너무 넓다
: 어마어마한
행사 규모
첫날 드림빌을 둘러보며 숙소존조차 이렇게 넓은데 본 행사장은 얼마나 클지 궁금했었다. 본 행사장 입장이 시작된 둘째 날, 드림빌에서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니 스테이지존 입구가 보였다.
땡볕 아래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소지품 검사를 마치고 입장했다. 입장한 뒤에도 엄청난 인파와 푸드존을 지나고나서야 메인 스테이지를 영접할 수 있었다.
'와 사람 진짜 많다', '메인 스테이지 진짜 크다', '진짜 잘 꾸며놨다' 각종 감탄사를 연발하며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메인 스테이지 오른쪽으로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서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아니 이건 뭐 끝이 없어...'
푸드 벤더존을 지나, 다리를 건너, 가도 가도 끝이 없었다. 메인스테이지만큼 잘 꾸며놓은 스테이지들이 셀 수 없이 나타났다. 그리고 저기 관람차가 보이는 곳이 거의 끝 지점인데 입구에서 저기까지 걸어가는 데 중간에 쉬지 않고 가기 힘들 정도로 멀다.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는 기억이 안남)
행사장 맵을 보니 스테이지만 16개. 큰 스테이지마다 푸드/드링크 벤더가 붙어있고 화장실과 인포센터가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었다. 본 행사 첫째 날은 메인 스테이지와 메인 근처 스테이지에만 좋아하는 디제이가 몰려있어서 끝부분까지 가보지 못했었는데, 마지막 날 관람차까지 걸어가 보고 혀를 내둘렀다.
게다가 투모로우랜드 방문이 처음인지라 여기저기 우왕좌왕하면서 시간을 까먹고, 비 때문에 지쳐서 드림빌로 돌아가 텐트에서 쉬다 나오길 반복하다 보니 3일 동안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았다. 다음에는 꼼꼼히 계획을 세워서 샅샅이 다 보고 나오기로 또 다짐.
#3
글로벌
관종
클래스
: 정줄 놓고 노는
사람들의 천국
나도 한 관종 하고, 국내 UMF에서도 창의적인 관종들을 많이 봐왔지만 글로벌 관종 클래스는 달랐다. (*여기서 말하는 관종은 의상을 눈에 띄게 꾸며 입고 신나게 노는 사람들 의미함) 내가 페스티벌을 즐기는 이유 중 하나는 평소에 입기 힘든 옷을 입고, 춤추면서 걸어 다녀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환경 때문인데 투모로우 랜드는 그렇게 놀기에 완벽한 천국이었다.
각종 깃발과 국기는 기본. 단체로 바이킹족, 인디언, 파워레인저로 분장한 사람들부터, 내가 의상을 준비할 때 '이건 너무 과하다'싶어 접어둔 소품(벨리댄스 할 때 쓰는 윙봉)을 들었다거나, 화려한 비즈로 반짝반짝 페스티벌 메이크업을 한 언니들까지 다양했다. (올해는 내 사진 찍기 바빠서 다른 사람들 예쁜 의상을 많이 못 담아왔는데 ^^... 다음에 방문하면 스트릿 패션 찍듯이 전부 담아올 예정)
뭘 입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배럴에서 마음에 쏙 드는 래시가드를 발견해서 첫째 날 의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래시가드에 잘 어울리는 분홍 그라데이션 베일을 팔목에 묶고, 손에는 블루투스 마이크를 들었다. 저녁에는 불 들어오는 탬버린으로 체인지. (슈퍼 관종스러운 만반의 준비였다)
내 소품이 신기했는지, 지나가던 외국인들이 이게 뭐냐고 여러 차례 물어봤다. 소품 덕분에 이야기의 물꼬를 쉽게 틀 수 있었고 잘 들고 갔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하지만 저 마이크 때문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보안 검색할 때 걸림.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너 MC야? 이게 왜 가방에 있어? 레이디스 앤 젠틀맨 해봐'라고 놀림 받고 끝남)
둘째 날은 나의 놀이 생활 모토가 적힌 한글 깃발을 들고 다녔는데, 생소한 글자 모양이 신기했는지 어느 나라 글자인지 묻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면 쿨하게 'WORK HARD PLAY HARD'라고 답변. 한글이 참 예쁘다고 칭찬하는 외국인도 있었다.(그럼그럼)
좋아하는 DJ의 투모로우랜드 플레이 셋을 듣는 기쁨과 더불어, 비슷한 음악 취향의, 제대로 놀 줄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입고 싶던 옷을 입고 원 없이 (먹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면서 뛰어다닌 건 정말 최고의 경험이었다.
#4
13년 차
페스티벌의
노련함
: 운영은 매끄럽고
스텝들은 친절하고
올해로 13년 차를 맞은 투모로우 랜드는 10번 넘게 행사를 운영하며 노하우를 잘 축적해온 것인지, 운영이 무척 프로페셔널하고 매끄러웠다.
우선 행사장 내의 모든 결제가 '입장 팔찌'로 이루어지는 점이 편리했다. 투모로우랜드에서는 '펄(Pearls)이라는 화폐 단위를 쓰는데, 사전에 인터넷으로 팔찌에 펄을 충전하거나 행사장 내 충전소에서 충전할 수 있었다. 팔찌에는 칩이 내장돼 있어 결제 기계에 팔찌를 갖다대면 결제 완료. 여권이나 지갑 같은 귀중품은 락커에 넣어놓고 팔찌만 차고 다니면 되니 가방도 가볍고 소매치기 걱정 없이 편히 다닐 수 있었다.
또 인상깊었던 포인트 중 하나는 행사 스텝들이었다. 행사장이 워낙 넓다 보니 혼자서는 원하는 곳 위치를 파악하기도 힘들고 길을 잃기 쉬웠는데, 중간중간에 인포데스크나 스텝들이 잘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인포 스텝들은 커다란 노란 풍선 줄을 허리에 매고 높게 띄우고 있어서 멀리서도 한눈에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굉장히 친절했고, 일을 '즐기면서'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여느 페스티벌처럼 잔뜩 긴장해 있고,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퉁명스럽게 답하기보다는 제 할 일을 다 하면서 관객들과 장난도 치고 농담도 던지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보안 검색대에 있는 스텝들은 얄짤없이 무서웠음)
특히 드림빌 텐트존에 입장할 때 처음 만난 스텝들이 굉장히 친절했는데, 매번 지나갈 때마다 인사말을 한 마디씩 건네주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나한테는 마이크 들고 다닌다고 지나갈때마다 마이크걸? 씽잉걸? 이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이 스텝들 덕분에 페스티벌 전반이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외에도 있을 건 다 있고, 없어도 될 만한 것도 있던 편의 시설과 드림빌 숙박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 그리고 마냥 천국인 것 같지만 변덕스러운 날씨와 몇몇 사람들 때문에 불쾌했던 경험등 할말이 정말 많지만...^^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는 다음 편에 쓰기로 한다.
>> 그럼 2편으로 투 비 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