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쿠팡에 관한 르포가 아니다.
돈 때문이었다.
다른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여자 나이 마흔이 넘었고 결혼을 하지 않은 (엄밀히는 못한) 1인 가구로 살면서 돈에 쪼들리는 상황을 맞게 되면 무슨 일이든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목을 조르기 마련이다.
1년 전의 내가 그랬다.
당장 다음 달 대출 원리금과 이자, 살기 위해 돈으로 유지해야만 하는 것들이 줄줄이 입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라고, 내가 사정이 있으니 좀 봐달라고 할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혼자 산다는 것의 단점은 다른 누군가와 경제적인 위기를 나누어 질 수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위기를 맞은 이유도 단 하나 나 자신 때문이었다.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니고 가족부양을 한 것도 투자에 실패한 것도 아니고 돈 잡아먹는 귀신인가 싶은 연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쓰는 것에 비해 벌지 못했을 뿐이다.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위기감은 잠을 앗아갔고, 돈이 벌리지 않는 일에 매달려 있을 시간과 여유가 없었다.
나는 당근과 알바몬에서 알바 일자리를 뒤지기 시작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어떻게든 끄고 봐야 했고 무슨 일이든 해서 바싹 말라버린 계좌의 바닥을 적시기라도 해야만 했다.
결론적으로 당근에서 알바를 구하지는 못했고 알바몬에서 구했다고 해야 맞는 건지 아리송한 쿠팡 알바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당근 앱에는 찾을 수 있는 일자리들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에서 소화 가능한 알바가 있다는 게 유일한 장점일 뿐 내게 맞다고 볼 수 있는 일자리는 없었다.
꼴에 조건도 있었나 보지? 싶을 수 있고 나 스스로는 일을 가리면 안 되는 거 아닐까 싶은 생각을 했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일, 내 생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게 뻔히 보이는 상황을 그저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내 또래의 여자들이 지원해 봄직한 일자리들은 대부분 홀과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 요식업이나 하루 이틀 일 할 사람을 급하게 찾는 곳, 그리고 편의점이 대다수였다.
서비스 직종이나 일당백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하는 작은 식당은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고 하루 이틀을 일하는 건 내 목적과 맞지 않았으며 편의점 또한 짧게 일해야 한다는 것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4대 보험, 주휴수당을 피하려 여러 사람을 짧은 시간만 고용하는 게 편의점 알바의 트렌드인 것 같았고 그렇게 한다면 기껏 소소한 용돈벌이만 하겠구나 싶었으니 당근에서 조건에 맞는 알바를 구하는 건 힘들었고 무엇보다 괜찮아 보이는 일들에는 지원자가 이미 너무 많았다.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나이를 먹어도 상관없다는 알바에 사람이 몰리는 건 너무 당연했고 나는 경쟁력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알바를 구하고자 했던 건 욕심이라고 판단이 되자 기댈 데는 알바몬뿐이었다.
어쨌든 알바몬을 수차례 드나든 결론이 끝내 쿠팡 알바뿐이었다는 게 좀 슬픈 일이기는 했지만 알바몬에서 나이 먹은 여자를 고용해 준다는 대다수의 일이 미심쩍었는데 무엇보다 콜센터가 너무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무심코 받았다가 광고 전화란 걸 알고 주저 없이 끊어 버렸던 수많은 전화들이 나처럼 알바몬에서 콜센터 알바를 구해서 일하게 된 내 또래의 여자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몸은 비교적 편하고 부서지기 쉬운 멘탈을 관리할 자신이 있다면 콜센터 일도 못할 게 없었지만 내가 아는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다.
보잘것없는 체력을 가졌지만 어쨌든 몸을 혹시 시키는 게 내게는 좀 더 맞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남는 건 쿠팡 알바뿐이었고 나는 소문으로만 듣던 쿠팡 알바를 감히 나 따위가 할 수 있기는 한 건지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블로그 후기와 유튜브 영상이 나의 준비였고 교재였다.
쿠팡 알바와 관련해서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알바를 하러 갔다가 너무 힘들어 도망쳤다는 이야기뿐이었으니 공포감이 없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블로그와 유튜브를 두루 살펴본 결과 쿠팡 알바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쿠팡 캠프와 쿠팡 물류센터.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서 도망쳤다고 말하는 곳들은 쿠팡 캠프인데 휴대폰을 소지하는 게 가능하고 셔틀버스도 운행하지만 식사 제공은 되지 않고 노동의 강도가 아주 높은 곳이라고 했다.
물류 센터는 입고, 출고 등 여러 공정이 나뉘어 진행되는 큰 규모의 일터로 알바몬에서 셔틀버스와 식사 제공의 혜택(?)이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바로 여기였다.
물류센터도 역시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육체적으로 힘든 건 당연했지만 여자들, 무엇보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들도 많이 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쏠렸다.
육체노동을 거의 해보지 못하고 살았지만 다른 여자들보다 더 체력이 떨어지거나 병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으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데까지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먼저 말했듯 내게는 버틸 시간과 여력이 없었다.
당장 뭐든지 시작부터 하고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