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첫 출근.
쿠팡은 물류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기가 막힌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기가 막힌 시스템의 이름은 쿠펀치.
‘물류센터 작업자를 위해 제공되는 앱’이라고 소개되는 이 앱은 물류센터 작업자가 근무정보를 등록하고 업무를 신청, 계좌 정보를 입력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받은 임금의 내역도 살펴보는 게 가능한 앱이다.
일용직은 물론 쿠팡 물류센터에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용한다고 보면 되는 앱이 쿠펀치인데, 쿠팡 알바의 시작은 쿠펀치를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쿠펀치에 가입하고 원하는 물류센터와 공정(입고, 출고 등)을 고른 후 집과 가까운 정류장이 있는 셔틀버스 노선을 고르고 알바를 하고자 하는 특정 날짜까지 고르면 알바 신청은 완료된다.
그 후부터는 그저 근무를 하러 오라는 메시지만 기다리면 된다.
근무 확정, 내가 받아야 할 메시지는 그거였다.
하지만 쿠팡 알바를 처음 하는 뉴비에게 5월 근무 확정 메시지를 받기란 정말 쉽지 않았으니, 쿠팡 알바를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던 나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처음 신청했던 물류센터에서 몇 번의 반려 메시지를 받은 후 신청 가능한 거의 모든 날에 지원했던 알바 신청을 모두 취소했고, 센터를 바꿔 신청한 후에 마침내 확정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나의 첫 쿠팡 물류센터는 이천의 한 센터였다.
메가 센터라 불릴 만큼 규모가 크고, 또 그런 만큼 사람이 많은 곳.
근무는 오전 8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니 나는 그전에 센터에 도착해 있어야만 했고 동네에서 센터까지는 셔틀버스로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는 거리였다.
쿠팡이 다년간 쌓은 인력운용의 노하우가 잘 보이는 시스템으로 쿠팡에 처음 가는 신규를 위해 보내는 안내 메시지를 숙지하고 다음날 새벽 5시에 몸을 일으켰다.
나는 해보지 않은 일을 하게 된다는 기대를 가졌지만 기대감은 내 마음 한켠 모서리 부분에 불과할 만큼 작기만 했는데, 나는 그저 무서웠고 불안하기만 했다.
불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잠을 설친 건 너무 당연해서 몸과 마음이 모두 무거운 최악의 상태로 출근 준비를 해야만 했다.
첫 출근 준비라는 건 사실 그 무엇도 준비하기 힘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휴대폰과 신분증은 반드시 필요했지만 내가 일을 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만한 뭔가가 필요한지 혹은 불필요한지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침을 챙겨 먹을 수 없어서 간단하게 먹을 빵과 두유, 이 정도는 먹을 여유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물을 챙겼다.
근데 이것들 중 챙기길 잘했다 거나 괜히 번거롭기만 했네 하는 것들을 구분해 내는 건 불가능했다.
쿠팡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내보고 현장을 겪어보고 일을 해본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 앞에서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준비를 해야만 하는 기분이란 마냥 찜찜하기만 했다.
늦는 것보다는 항상 이른 게 낫기에 나는 숫자 5가 6시로 바뀌기 전의 시간에 집을 나섰다.
셔틀버스는 정류장에서 6시 반쯤에 출발할 예정이었고 정류장으로 가는 새벽의 마을버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