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쿠팡을 향해 달린다.
쿠팡은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셔틀버스와 식사 제공은 쿠팡이 쿠팡에서 일해볼까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치트키로 주로 사용된다.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위치, 그것도 전국 곳곳에 있는 쿠팡에 가기 위해서는 셔틀버스가 필수라고 여겼고 식사 제공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일까 싶었지만 알고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물류센터는 많지만 그만큼 식사제공이 안 되는 곳도 많았고 쿠팡처럼 외진 지역에 위치해 있는 곳이 태반이었음에도 셔틀버스가 운행되지 않는 곳도 적다고 보기 어려웠다.
나로서는 쿠팡 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물류센터 알바를 해본 적도, 그 생생한 경험담을 접할 일도 없었으니 쿠팡이 물류센터 중에서 어떤 수준의 일터인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쿠팡은 쿠펀치와 함께 셔틀버스 탑승을 위한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는데 역시 앱을 다운 받아야만 하고 전국의 모든 쿠팡 센터의 셔틀버스 시스템이 똑같지는 않다.
내가 첫 출근에 써야만 했던 셔틀버스 앱은 qr 코드 형태의 탑승권을 생성할 수 있고 버스에 오르면서 탑승권을 스캐너에 스캔해야 하는 방식의 앱이었다.
우려와 달리 버스를 탈 정류장을 찾는 건 몹시 쉬웠다.
내가 버스 도착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한 건 사실이었지만 그 시간이 충분히 이른 시간은 아니었다는 걸 이미 사람들로 만들어진 줄을 보고서야 알 수 있었고, 그 줄이 바로 정류장의 위치를 너무 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종종걸음으로 서둘러 줄에 합류했고 이미 다른 정류장을 지나쳐 오는 버스 안에 혹시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로 줄은 길었다.
내가 그 줄의 마지막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도 조바심을 부추겼는데 버스가 제시간에 도착하자, 셔틀버스 앱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지도 걱정거리에 추가가 됐다.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타면서 줄이 들어드는 것과 동시에 탑승권을 스캔하는 삐삐 소리가 차례대로 울려 퍼졌다.
줄이 길어서 도움이 됐다고 느낀 건 앞사람들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면 된다는 걸 알게 됐을 때였다.
나는 앞선 사람들이 한 그대로 버스 운전석 옆에 버스에 오르자마자 보이는 검은색 스캐너에 내 qr 코드 탑승권을 스캔하고 이미 사람들이 가득한 버스의 통로 안으로 들어섰다.
셔틀버스 탑승에 성공했다는 안도감은 아주 잠깐이었고 곧 언뜻 보아도 마흔 명이 넘게 탈 수 있는 이 대형버스에 빈자리가 거의 없다는 게 분명해지자 당혹감이 밀려들었다.
커튼이 쳐져 있어 어둑어둑하고 온통 피곤한 사람들뿐인 이 버스 안에서 나는 그저 불청객인 것만 같았다.
내가 버스에 오른 마지막 사람은 아니었기에 나는 선택을 고민할 시간도 갖지 못하고 차창에 머리를 기대고 있던 20대 여성의 옆에 엉덩이를 내려놓았다.
사람들이 모두 자리를 찾고 나자 이내 버스는 출발했고 빈자리가 거의 없었던 버스에는 누군가의 숨소리나 간혹 들리는 기침이나 부스럭거림, 고요를 뚫고 요란하게 울리는 코 고는 소리 밖에는 없었다.
그 누구도 단어의 형태로 된 소리를 내뱉지 않았고 버스는 생소한 시간에 생소한 길을 부지런히 달렸다.
버스가 출발한 지 약 1시간쯤 지났을까?
한껏 웅크려 앉아 커튼이 쳐진 창밖에 대체 뭐가 보일까 궁금하고, 내게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질지 마음 졸이고 있을 때 이 갑갑한 버스를 금방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예상이 됐다.
사람들이 일제히 짐을 챙기듯 분주한 소리를 냈고 굳어진 몸을 풀듯 끙끙 거리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통로 쪽에 앉은 내게 커튼 사이로 보이는 건 버스가 5월의 푸릇푸릇한 나뭇잎들을 스치는 풍경뿐이었는데, 그것만으로도 물류센터가 어떤 환경에 위치해 있는 건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버스는 회전하고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회전했고 나는 마침내 멀리서도 거대해 보이는 버스의 종착지를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