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알바로 1년 살기 - 4

오늘 처음 왔는데요.

by 이응이응이응



나의 첫 쿠팡 물류센터는 아주 컸다.


버스에 오를 때 사람들을 그대로 따라 했듯 버스에서 내린 이후에도 나는 사람들을 따라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걸었다.


계단을 올라 실내에 들어섰고 줄지어 늘어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물함들을 지났는데도 저기가 바로 내 목적지다 싶은 곳에 쉽게 닿지 못할 만큼 쿠팡은 넓었다.


내가 쿠팡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해야 할 일은 체크인이었다.


체크인은 출근 체크였고 체크인을 완료하고 나면 신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내가 미리 알고 간 사항이었는데, 사람들을 따라 간 길의 끝에서 체크인 데스크를 찾을 수 있었다.


익숙하게 줄을 서서 체크인을 하고 사원증을 받아 드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신규 체크인 데스크를 찾아 앞에 섰다.


처음 왔는데요. ”


처음, 그 순간 내 입에서 나오는 처음이라는 단어가 아주 낯설게 들렸다.


우리는 거의 매일 처음인 순간을 맞이하고 경험한 후, 옆으로 밀어둔다.


처음 먹어보는 것들, 처음 겪는 감정, 처음 보는 광경,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가본 장소 등 우리는 의외로 매일을 무수히 많은 처음 속에서 산다.


처음이라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처음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듯 보였던 담당 직원은 쿠팡의 폐쇄 와이파이를 잡아야 한다는 것부터 알려주었다.


쿠펀치로 쿠팡과 하루짜리 근로 계약서를 쓴 후 체크인을 하려면 반드시 쿠팡 물류센터의 와이파이에 연결해야만 한다.


출근의 체크인과 퇴근할 때 하는 체크아웃은 내가 출근과 퇴근을 했다는 것과 내가 쿠팡 물류센터에 가서 진짜 일했다는 증거가 된다.


때문에 물류센터에서만 잡히는 와이파이로만 체크인이 가능한 건 쿠팡에 출근하지 않고도 체크인을 하는 경우를 차단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보통 HR이라고 하는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어렵지 않게 일단 근무 등록을 위한 항목을 채워나갔다.


근무 등록은 내가 오늘 일할 물류센터와 신청한 공정, 주간조인지 오후조인지 등까지 선택하고 마지막에 사인을 하면 끝난다.


이게 바로 쿠팡과 나와의 근로 계약이고 체크인과 임금을 입금받을 계좌를 등록하는 일까지 알려준 HR 직원은 신규라는 두 글자와 사물함의 번호가 있는 사원증, 그리고 010을 제외한 내 휴대폰 번호가 찍힌 ‘원바코드’를 건넸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8시에 시작되는 신규교육을 위해 교육실에서 대기하는 것이었다.


체크인 데스크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교육실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은 근무가 시작되기 전에 쉬는 사람들로 보였는데 서로 얘기를 나누거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거나 이른 아침의 피로를 커피로 날리며 휴대폰을 눈에 박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교육실은 책상이 붙어있는 강의실 의자가 다소 빽빽하고 무질서하게 차지한 공간이었는데, 책상 위에는 건강상태 확인서라는 이름의 문서가 드문드문 놓여 있었다.


나는 건강상태 확인서가 놓인 책상에 자리를 잡았는데 잘 모르긴 해도 오늘 내가 작성해야만 하는 문서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근무가 시작되는 시간인 8시가 다 되어 가자 교육실을 채운 사람들이 일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교육실에는 나와 같은 신규 일용직과 계약직을 지원한 사람들만 남았고, 쿠팡에 지원 가능한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참고로 쿠팡 알바는 성인 기준 60세 이하까지 신청할 수 있다.)


어림잡아 스무 명 정도 되는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많게만 느껴지던 내 나이가 별로 티 나지 않는 느낌이어서 좋았다면, 무의미한 자기 위안이었을까.


이제 8시, 교육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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