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일
‘팔려’ 간다.
쿠팡에서는 소위 근무 위치 이동을 그렇게 표현했다.
알고 보니 계약직과 달리 일용직 알바의 경우는 정해진 근무 위치가 있을 수 없으니 상황에 따라 근무지가 바뀌는 일이 아주 흔했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기 전에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의 원바코드 뒷자리를 불러 다른 층으로 이동하라고 하면서 관리자가 한 말에 비추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건 ‘불만‘이었다.
관리자는 다른 층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해 말이 많지만 단기 사원의 경우 수시로 이동이 불가피하니까 양해를 부탁한다는 말까지 덧붙였는데 그 많다는 ‘말’이란 게 ‘불만’이 아닐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어쨌든 나는 처음이었으니 어디가 더 낫고, 이동이 더 좋고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기에 일할 필요가 없는 이동시간 자체를 오히려 즐기는 쪽이었다.
내가 새롭게 배정받은 곳은 지하였는데, 지하 역시 전날 같던 2층의 매자닌 공간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가장 큰 차이는 훨씬 조용했다는 거였는데, 3층이 물건들이 진열된 선반보다는 ‘쌓여’ 있는 팔레트 위주의 공간에다가 옆에서 바로바로 포장을 하는 곳이었다면 지하는 작은 물건들이 가득한 선발들만 있었고 포장 공정이 없어 가장 큰 소음은 노동요뿐이었기 때문이다.
물건의 종류가 달라서인지 나는 다시 계약직 사원으로부터 간단한 집품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3층의 선생보다 훨씬 젊은 사원은 집품을 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고 3층에서 처음 해봤다고, 3층과 여기 집품이 다르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3층에서는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계약직 사원의 경우 정해진 장소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답변이었는데,
3층에서의 집품은 안전칼로 상자를 뜯어서 부피가 크고 무거운 물건들을 토트에 담아야 하는 일이 많았다면 지하의 물건들은 완전히 달랐다.
토트에 담을 때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작은 것들 투성이었는데 손안에 넣으면 보이지도 않는 물건들이 많았고 작은 만큼 집품해야 하는 물건들을 찾는 게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다.
작고 가벼워서 힘들이지 않고 꺼낼 수 있지만 작은 것들 사이에서 찾아야 할 것만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가장 힘들고 당혹스러웠던 건 휴식 시간이 없었다는 거였다.
시간이 3시를 좀 넘기자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워졌고 무엇보다 발이 너무 아팠는데, 힘든 건 유경험자들도 다르지 않았는지 선반 끝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쉬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설마 휴식 시간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몹시 당황했는데 내가 처음 갔던 센터만 휴식 시간이 없을 뿐이지 다른 센터가 다 똑같은 건 아니었다.
이곳은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오후 5시에 업무가 끝나기 때문에 점심시간 이후의 근무 시간은 9시에 시작하는 다른 센터보다 1시간 적은 셈이다.
그런 이유로 휴식 시간이 없나..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꼬박 네 시간을 걸어야 한다는 게 가혹하다는 생각까지 떨쳐낼 수는 없었다.
출고 집품 첫날이라 요령도 없어서 짬짬이 쉴 여유도 가질 수 없었던 업무는 전날처럼 별일 없이 끝이 났다.
신규 교육 시간 없이 종일 근무를 했고, 처음 해본 출고 집품 일이었으며 집품은 특히 많이 걸어야만 했던 일이라서 다리와 발이 이렇게 아픈 게 맞나 하는 생각을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했던 것 같다.
출고 집품 작업은 입고와 비교해서 육체노동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분명 달랐다.
가장 다른 점은 체력적인 부담이 압도적이라는 거여서 내 어설픈 체력을 생각하면 다음에는 입고 업무를 신청하는 게 맞았음에도 어쩐지 선택은 다르게 흘렀다.
무엇보다 출고가 ‘혼자’ 하는 일이라는 것이 입고에 비해 좋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관리자를 볼 일도 다른 사람들과 얽힐 일도 없다는 것도 마음을 끌었다.
하지만 쿠팡에는 입고와 출고 말고도 다른 일이 있었다.
다음에 쿠팡에서 선택한 업무는 icqa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