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주명리학이라는 이질적인 조합이 시작이었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로 사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혹해서 사주명리학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만세력은 사주를 볼 때 쓰는 달력이라는데, 만세력을 만들어주는 어플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살면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사주를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내가 본 적이 없었다 해도 내 부모가 본 것까지 더해지면 한국에서 사주를 본 적이 없다는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어릴 때는 엄마가, 크고 나서는 직접 찾아가서 사주를 본 경험이 있고 결과적으로 사주의 내용은 늘 비슷비슷했다.
엄마가 절의 어떤 스님에게서 봤다는 사주의 내용은 ‘펜대를 굴리면서 산다.’라는 거였는데, 엄마는 내 딸이 전업주부가 되는 걸 가장 극혐 했기에 그 결과에 아주 만족한 편이었다.
내가 커서 본 사주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재복은 있지만 재물이 잘 새는 편이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 좋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가 보는 사주란 보통의 사람들이 가진 시선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생년월일시로 한 사람의 운명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긴 했어도 믿음이랄 건 없었던 셈이다.
만세력을 만들어서 AI에게 사주를 풀어달라고 할 때만 해도 그랬다.
앞으로의 운세는 어떤지,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나아지는지, 혹시 늦은 나이에 연애라도 할 수 있을지가 나의 주된 관심사이긴 했지만 그저 좋은 얘기가 나오면 좋지. 정도 이상의 믿음은 없었다.
AI가 풀어준 내 팔자의 특징은 오행 중 토가 지나치게 많은 ‘재다신약’에 나를 누르려하는 강한 배우자를 만나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사주라는 점이었다.
재다신약이 바로 기본적으로 재물운이 좋은 편이지만 잘 샌다는 말을 듣던 이유였고, 오행 중 토가 너무 많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무엇보다 연애나 할 수 있나 싶었더니 뜬금없이 배우자가 있다는 풀이에 나는 좀 당황했다.
사주를 볼 때마다 듣던 비슷한 얘기들과 새로운 것들이 뒤섞이긴 했지만 그게 사주명리학에 빠져든 계기는 아니었다.
AI는 내가 지금 아주 길한 대운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고 짚어주었다.
대운이라니?
나는 요 몇 년간 특별히 좋은 게 없이 힘들기만 했는데?
그러면 그렇지. 하고 마무리하려는데 ‘대운’의 뜻이 내가 추측하는 그 의미와 다르다는 걸 금방 알게 됐다.
대운이라니까 무조건 좋은 운이 들어온다는 뜻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가 않았다.
사주명리학에서 대운이란 삶의 기운이나 흐름을 뜻하고, 대운은 보통 계절에 많이 비유가 된다.
그래서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대운을 계절로 따지면 ‘봄’이라고 한다.
10년마다 바뀐다는 대운은 삶의 흐름이 조정되는 거라 운이 좋거나 나쁜 걸 뜻하는 건 아니라고도 했다.
그저 10년을 주기로 다른 계절과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었고 내가 지금 찾아온 ‘봄’이라는 계절을 어떻게 맞이해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운이 좋고 나쁘고가 결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였다.
이제 나는 사주명리학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