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행, 결핍의 보편성

by 이응이응이응


오행구족이라는 말이 있다.


화, 수, 목, 금, 토 일주일에서 월과 일을 빼면 바로 오행이고, 오행구족은 사주에 다섯 가지 오행이 모두 갖춰진 상태를 말한다.


굳이 이런 상태에 ‘오행구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에서 이런 상태가 결코 일반적인 게 아니라는 힌트를 얻을 수가 있다.


사주팔자 여덟 개의 글자에 오행은 1개씩 부여가 되니까 사주 하나에 들어가는 오행은 모두 여덟 개다.


오행이 적당히 잘 들어간 사주란 각각 1,2개씩의 오행이 배분되듯 들어간 사주라고 할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화 2개 , 수 1개 , 목 1개 , 금 2개, 토 2개.


이런 식이라면 여덟 개의 오행이 적당히 고르게 들어간 사주라고 할 수 있을 거고 이런 사주를 가진 사람은 인생을 평탄하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본 성격이 모난 데 없이 무난하고 인생에서 부침을 겪는 일도 거의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은 삶이라고 평가할 것 같은 모양새를 갖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오행이 ‘적당히 고르게’ 들어간 사주 자체가 흔하지 않다.


심지어 ‘적당히 고르게’는커녕 오행 중 한 두 개가 빠진 식으로 오행을 모두 갖추지 못한 사주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결핍의 보편성이라니?


결핍이 들어갔을 때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말은 일단 내가 알기로는 없었다.

결핍은 결코 보편적인 것이라 보기 어려웠지만 사주에서의 오행은 아니었다.

오행의 결핍은 보편적이라 할 만큼 흔한 것이고, 흔한 만큼 좋고 나쁘고를 가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주팔자가 운명이라는 집의 기둥이라면 여기 ‘팔자’에 부여되는 여덟 개의 오행은 기둥에 ‘특징’을 더해준다.


‘목’은 진취적이지만 고집이 센데 ‘목’이 없을 경우 끈기가 부족하고 배움이 느리다고 한다.


‘화’는 열정적이지만 충동적인데, ‘화’가 부족하거나 없다면 추진력이 약해서 무기력하고 감정 표현이 서툴다.


‘토’는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성격을 주지만 보수적이고, ‘토’가 부족하면 중심을 잡기 어렵다.


‘금’은 분석력이 뛰어나지만 그래서 비판적이기 쉽다. 반대로 ‘금’ 이 부족하다면 결단력이 약하고 마무리를 잘하지 못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는 직관이나 공감력을 부여하지만 현실감이 약한 면이 있는데, ‘수’가 없으면 집중력이 부족해서 학습 능력이 아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사주의 오행은 토가 4개, 나머지 화수목금이 1개씩이다.

그러니 엄밀히는 오행구족의 사주이지만 토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건 확실한 문제가 된다.


내 경우 오행의 특징만으로 성격을 읽어내자면,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지만 보수적인 성격이라고 할 것이다.

여기에 1개씩 있는 화수목금의 오행을 더하면 성격이 조금은 다채로워지겠지만 읽어내는 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하겠다.


내가 아는 진짜 내 성격은 ’ 토‘가 부여한 특징인 ’성실하고 책임감‘은 강하지만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예민하면서 결단력은 좋은데 추진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오행이 부여하는 성격을 모두 조금씩 갖고 있는 셈이지만 이렇게 성격을 풀게 되면 사주란 게 결국 믿고 싶은 것만 믿을 수밖에 없는 심심풀이 미신에 불과해진다.


실제로 사주명리학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오행의 개수도 중요하지만 그 수가 같을 때 어느 오행이 더 센지, 상생과 상극은 어떤지, 음양의 균형은 어떤지 등까지 계산해야만 더 정확한 사주풀이로 나아갈 수가 있다.


오행은 기본적인 성격과 기질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지만 사주에서 사람의 성격을 형성하는 이유와 조건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몸과 머리가 편하자면 나는 바로 이 즈음, 오행의 의미를 알게 되었을 때 사주팔자로 가는 길을 멈추었어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고, 내 사주는 나의 이런 면을 가리켜 이렇게 표현했다.


‘꽂히면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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