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의 결혼은 이상적이라 할만했다.
이상적이라는 것이, 아주 부유하거나 고소득을 보장하는 전문직이라거나 눈에 띄게 외모가 좋은 그런 남자라는 뜻은 아니다.
그 남자가 C의 사회적 위치를 순식간에 끌어올려줄 만한 남자라 소위 상향혼을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세 살이 많은 남자로 C와 같은 일은 아니지만 비슷한 업계의 회사에서 일했다.
마흔이 넘은 나이였던 만큼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니, 확실히 안정감은 있는 남자였다.
연애가 아닌 결혼이 목적이어서 남자의 외모는 그동안 C가 선호했던 남자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C가 그동안 만나왔던 남자들은 보통의 키에 마른 체형과 흰 피부를 가졌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서글서글한 외모를 가진, 대개의 여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C가 결혼하게 된 남자는 좀 작다 싶은 키에 다부진 몸을 가졌고 어두운 색의 피부와 아주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기에 C의 선택이 최선의, 최고의 선택이었는지 본인조차 아직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데 있어서 C가 합리적인 요소들을 많이 고려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게 읽혔다.
더 이상 결혼까지 보장되지는 않은 연애가 아닌, 결혼을 하고 싶었던 C는 아마도 안정된 기반 위에서 인생이 주는 프로젝트를 하나하나 성실하게 완수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골랐을 것이다.
강렬한 사랑은 사람과 상황을 보는 눈을 가리고,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만 보게 되면 나 자신이 무너지기 쉽다.
C 부부는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어도 서로에게서 내가 충분히 의지하면서 인생을 꾸려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가능성을 보았을 성싶다.
앞서 A와 B의 배우지 자리인 ‘일지’의 십성이 무엇인지에 따라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과 결혼생활의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했는데, A와 B의 십성은 각각 식신과 비견이고 C의 십성은 편재다.
일지 편재가 있으면 매력과 능력이 돋보이는 배우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상대에 대한 통제와 소유욕이 나타난다고 한다.
C의 배우자가 매력과 능력이 있는지는 상대적인 것이라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C의 경우는 편재보다 식상의 기운이 강하다는 점과 늦은 결혼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사회생활과 인생경험이 더해진 후의 배우자 선택은 당연히 좀 더 현실적인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흐르게 된다.
남자의 외모와 매력이 중요했던 20대 때의 기준을 늦은 결혼 앞에서 꺼낼 수 있는 패라고 보기는 분명 어렵다.
또한 C가 가진 강한 식신의 기운은 배우자를 보살피는 쪽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남자를 자식처럼 다룬다는 뜻이기도 하다.
남자가 자식 같으려면 일단 나를 누르는 기세를 가진 남자여서는 안 된다.
아내의 보살핌을 순순히 받아들이면서 아내가 가정의 권력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잔소리나 통제에 반발심을 갖지 않아야만 C의 상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더불어 여자 사주에서 식신이 강할 때의 부부관계는 자식이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남편을 자식처럼 돌보고 가르치는 기운이 강하지만 남편과 내가 낳은 자식은 분명히 다르다.
자식이 없을 때야 식신의 기운을 남편에게 쓰겠지만 자식이 생기면 사정이 달라진다.
많은 여자들이 자식이 생기면 남편에게 주었던 관심을 거두어들일 수밖에는 없게 된다.
에너지는 한정돼 있는데 세상에 내 자식보다 중요한 건 없어지니 남편까지 신경 쓰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C의 아이는 결혼 후 아주 금방 찾아왔다.
그들 부부 사이 문제는 그들만 알겠지만 신혼의 달콤함이 짧았을 것만큼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낭만적이고 헌신적이면서 열정적인 남편을 꿈꾸는 여자라면 C의 결혼과 부부 관계는 실망스러운 것이겠지만 세상 모두가 달콤한 결혼을 꿈꾸는 것은 아니다.
C에게 관성이 없다는 것은 C가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과 삶을 꾸려가는데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남편의 영향력을 덜 받는 구조라는 것은 기대치가 낮고 실망도 낮다는 의미도 된다.
내가 충분히 혼자서도 삶을 꾸려가고 싶지만 아이와 남편과 함께 하는 가정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를 온전히 자기 식대로 발휘했다.
결국 지금의 시대에 여자 무관사주에 결혼이라는 것은 , 나의 선택만이 중요한 삶의 옵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