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모두에게 일지는 배우자의 자리다.
사주에서는 일주의 아랫부분, 지지에 어떤 글자와 십성이 있느냐가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과 결혼 생활의 분위기가 결정된다고 본다.
앞서 A와 B의 십성은 각각 식신과 비견이고 C의 십성은 편재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달랐는데 일부러 이런 예시를 들고 온 것은 아니었다.
일주의 천간, 일간이 나의 영혼과 이상향이라면, 일지는 현실의 뿌리라 나의 몸과 내가 처한 환경이라고 했다.
나의 일간은 을목이고, 을목은 유연하고 섬세한 담쟁이 같은 덩굴, 들풀이라고 한다.
끈기와 생명력이 강하지만 우유부단하고 관계에 의지하는 성향만큼 단호함이 부족한 성품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일지에 유금을 깔고 있다.
유금은 을목과 반대로 날카로운 금 기운의 글자라 치밀하고 냉철하다.
나는 날카로운 칼날을 깔고 있는 현실에 처해있지만 이 현실이 나에게 단호함과 냉철함이라는 성격을 주었다고 보면 된다.
나는 을목의 성향을 가졌지만 행동은 유금으로 나타나는데, 일지는 나의 현실인 동시에 배우자가 들어앉은 자리다.
일지는 나의 안방과 같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두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니 내 안방이 무조건 배우자의 자리라고 하는 것은 좀 시대착오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일지가 배우자의 자리로 정해진 이유에는 납득이 가는 부분이 많기도 하다.
사람에게 결혼 적령기라는 게 다가왔다는 것은 부모, 혈연으로 이루어진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시기가 왔다는 것과 같다.
이후 나와 가장 밀접하고 친밀하면서도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대상은 대부분의 경우 나의 배우자일 수밖에 없다.
어쩌면 부모나 내 혈연보다도 더 가까워질 수 있으면서, 부모처럼 내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관계가 아닌 온전히 내 의지로 선택한 사람이라는 건 특히 중요하다.
언제나 내 ‘의지’와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나의 성격과 가치관, 취향이다.
호르몬의 장난이나, 콩깍지가 너무 두껍게 끼었다는 둥 잘못된 선택을 후회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해도 내가 선택한 연인이나 배우자가 내 무의식의 투사체라는 건 분명하다.
싫든 좋든 내가 선택한 배우자는 나의 취향과 결핍, 기대이면서 기준이다.
일지의 십성으로 배우자를 고르는 기준이 결정된다는데, 내 일지의 십성은 편관이라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편은 아니다.
‘편관’은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유형이다.
책임감이 강하고 결단력이 좋다는 장점을 가졌지만 장점만큼 단점도 두드러진다.
귄위를 중요하게 여기고 예민하고 까다로운데 통제욕까지 있어서 주도권 다툼이 생기기 쉬운 타입이라고도 본다.
일지의 십성은 내 사주에 있는 있는 것이지만 일방적으로 작용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내가 배우자를 고를 때 이런 기준을 들이대는 것일 수도, 내가 상대에게 그런 성향의 배우자가 될 수 있다고도 읽는다.
나는 편관 성향의 강한 남성에게 끌리는 취향일 수도 있고, 반대로 내가 상대에게 그런 여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배우자의 대외적 조건은 사주의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지에 어떤 글자가 있는지, 십성이 무엇인지로 기본적인 배우자의 성향과 관계의 분위기를 읽어낼 수 있다면 그 배우자가 어떤 배경을 갖고 있는지도 사주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월지.
내가 태어난 달의 지지의 글자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