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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미의 colorful life Mar 21. 2022

서울에 살지 않은 죄로 출간이 무산되었다

첫 출간 제의와 취소

일일 방문자수 5000 돌파


작년 가을에 브런치 글쓰기에 매진했다. 덕분에 다음 메인 포털에 3개의 글이 올라갔다. 조회수 5000. 30년 넘게 살면서 5000명을 만나나 봤을까. 몹시 큰 숫자였다. 간혹 달리는 댓글도, 작가라고 불리는 기분도 좋았다.

하지만 여느 직장인이 그러하듯 격무에 시달리며 브런치에 글을 올리지 않게 되었다. 블로그는 비록 철봉 아래 동전 줍기 정도의 푼돈일지라도 보상이 있는 반면, 브런치는 운영한다고 당장 주어지는 콩고물이 없기도 했다. 타오르던 열정은 희미해졌다. 그러다가 설날 연휴 전날에 문득 확인한 브런치에서 출간 기고 제안이 들어왔다는 알람을 받았다. 







출간제의, 그리고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예전에 받은 제안이라면 동생이 괜히 놀린다고 한 제안이 전부였다. 이메일은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


"작가님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편은 언제나오나용용용죽겠지? 나야 덩생"


그래서 기대 없이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무려 출간제의였다. 구독자 50명의 작가에게 출간제의라니요. 애초에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어서 시작한 브런치다. 연초부터 마음이 들떴다.


출판사에서는 '서울 1인 가구의 독립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고,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다. 비슷한 콘셉트의 책을 이미 출간한 경험이 있다는 믿음직스러운 이력 소개와 함께 직접 보고 미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뭇 회사의 과장으로, 어떤 이의 친구로, 누군가의 언니로서가 아닌, 작가로서 나를 필요로 하는 제안이 거기에 있었다. 가슴이 몹시 뛰었다. 잠시 멈췄던 글쓰기도 출간이라는 목표와 이 목표를 도와주는 조력자와 함께라면 날개를 펼 수 있을 것이다.


에스테틱에서 관리사 선생님께서는 체질진단을 통해서 인생에서 'master piece'를 만들고 싶은 사람으로 진단하셨다. 그 진단이 맞았나 보다. 아주 용하다.


호흡을 가다듬고 편집자님의 이메일에 답을 했다. 출간 제안에 감사드리며 가능한 한 빨리 뵙고 싶다고 다만 제가 서울에 살고 있지 않아 출간하고자 하는 콘셉트와 다소 차이가 있는데 괜찮겠냐며 여쭈었다.





서울에 살지 않은 죄  


그리고 설 연휴 후에 돌아온 답은 나를 몹시 낙담하게 했다. 사는 지역이 서울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 1인 가구 독립생활' 이란 출판 의도와 조금 어긋나서 출간이 어렵다며 앞으로도 나의 글을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출판사로서는 당연한 결정이고 머리로는 이해했 개인적인 유감은 없었으나 정신적인 타격이 있었나 보다.(아니면 그냥 게을렀을 수도 있다.)


출간 작가로서의 꿈은 잠시 물거품이 되었고 주변 친구들에게도 잔뜩 설레발을 친 덕분에 친구들과 함께 상심했다.


서울에 살지 않은 게 죄라면 죄랄까. 소개팅도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책이라며 애써 웃었다. 그 이후로도 몇 개월간 글을 쓰지 못했다. 브런치 방문자는 하루 몇십 명으로 바닥을 기었다.


그런데 최근에 AI 프로젝트의 예시로 브런치에서 내 브런치 북을 소개했나 보다. 최근 며칠간 방문자가 천명을 돌파하고 몇몇의 소중한 독자와 라이킷을 받았다. 힘이 난다.

작가의 자격



여행을 가서 자신을 'writer'라고 소개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그럼 너는 글 쓰는 것으로 먹고 사니?'라고 했더니 낮에는 office worker이고 밤에는 writer라고 했다. 먹고사는 생업과는 관계없이 자신은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을 작가로 칭한다는 것이다. 쓰는 사람. write - er.




어쩌면 이미 방구석 writer


맞다. 쓰는 데는 자격이 필요하지 않다. 신춘문예에 화려하게 등단하지 않아도 출판기념회에서 팬들에게 서명을 하지 않아도 쓰는 사람이라면 이미 writer다. 은연중에 쓰는 일에도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의 말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나를 두드렸다. 그리고 나를 브런치로 이끌었다.




몰래 쓴 이야기 위엔 먼지가 쌓였었다



10년~15년 동안 싸이월드 일기장에 비공개로, 익명의 글쓰기 앱에서 아무개 씨로, 세월만큼 쌓인 다이어리에 몰래 글을 썼다. 내 안에 이야기가 쌓이고 먼지가 쌓여 결국에 이야기는 없던 것처럼 빛을 잃었었다. 읽어주는 이 없는 글은 힘이 없었다.


쑥스럽긴 하지만 이야기 위에 있는 먼지를 후후 털어 가볍게 쓸 것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서 작가의 서랍에 이런저런 초안이 즐비하다. 작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고 믿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출간도 할 날이 자연스럽게 오지 않을까. 범인에게 작가라는 호칭을 붙여준 브런치라는 공간에 심심한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으로 출간 기고 문의는 sinolom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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