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으면 다 오빠야
요즘 사는 게 흥미가 없고 지루하다는 내 말에 친구가 물었다.
"너 요즘 덕질 안 하지?"
자아라는 것이 있는 동안 티브이를 항상 좋아해 왔다. 낯선 누군가가 취미를 묻는다면 대외적으로 '독서하기, 전시 보기' 등을 이야기한다. 사실 여가생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파에서 누워서 티브이 보기'다. 다만 '티브이 보기'라고 말하기가 없어 보여서 숨길뿐.
리모컨의 버튼만 누르면 선남선녀가 넘쳐나고 아름답고 기묘한 이야기들이 흐르는 티브이 속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 Easy and Fun이다.
또한 이웃을 사랑하는 것보단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 쉽고, 인류를 사랑하는 것보단 연예인을 사랑하는 것이 쉽다고 했던가. 애정을 다할 존재를 찾아 전력을 다해 시간이 허락하는 한 티브이 속 세계로 들어갔다.
요즘은 공중파 티브이뿐 아니라 케이블, 유튜브, 티빙, 넷플릭스, 애플티브이 같은 OTT도 얼마나 잘 되어있는지. 덕질할 거리가 넘쳐난다.
지금도 원통한 것이 연예기획사나 방송사로의 취업을 왜 고려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기왕 직장인이 될 거라면, 티브이에 나오는 사람이 가득한 곳이 좋았을 텐데. 그 누군가는 연예인들도 가까이서 보면 질린다고 하더만 단언컨대 난 질려하지 않을 것이다.
멋있으면 나이와 관계없이 다 오빠라는 이야기가 있더라. 맞다. 이 OPPA(오피피에이)는 실제로 동생인지 오빠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오빠로 불리며 국적, 언어 차이는 사뿐히 무시함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가수 오빠로는 중 고등학교 시절, 방구석에서 하늘색 점퍼를 입고 하늘색 풍선을 흔들게 한 지오디의 윤계상 오빠, 대학교 2학년 푹 빠져서 콘서트를 쫒아다니며 같은 가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중학생과 친구가 되게 한 동방신기와 SS501 오빠, 30살이 훌쩍 넘어 프로듀스 101에서 청순하게 눈물 흘리는 모습에 푹 빠져서 사랑하게 된 권현빈 오빠, 35살이 훌쩍 넘어 프로듀스 101 2에서 재기 발랄한 모습에 반해서 친인척, 친구들 단톡에 까지 우리 애 투표해달라고 간청하게 한 조승연 오빠 등이 있다.
배우 오빠로는 <미스터 선샤인>의 절절하면서 터프한 상남자 구동매, 유연석 오빠, 영화 <듄>에서 연약하면서도 섹시한 왕자님을 연기한 티모시 샬라메 오빠, <그해 우리는>에서 귀엽고 잘생겼는데 그림도 잘 그리고 일편단심인 최우식 오빠, <하우스 오브 구찌>에서는 정형적인 미남은 아니지만 거대한 피지컬과 묘한 섹시미로 '어글리 섹시'계를 평정한 아담 드라이버 오빠가 있다.
최근 푹 빠지게 된 군대 예능에서는 <더솔져스>에서 호리호리하고 소년 같은 미모를 가졌지만 30kg 군장을 2개씩 매고 가는 강단 있는 정보사 고인호 오빠에게 푹 빠졌고, <강철부대 1>에서는 무표정일 때는 무서운 얼굴이지만 사격을 기가 막히게 잘하고 웃으면 세상 귀여운 UDT의 정종현 오빠에게 빠졌다.
그렇다. 앞으로 쓸 글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오빠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여자 주인공이 썼던 편지는 동생이 우편을 보내 버림으로써 모든 남자들에게 닿았지만 이 러브레터는 닿지는 않을 테다. 그럼에도 써서 표현한 이 마음은 이곳에 남아 있을 테다. 덕질의 역사가 내 인생의 역사와 맞닿아 있으므로 사랑하는 이 내 마음의 역사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