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이 속담을 들으면 궁금했었다.
서말은 어느 정도의 양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은 어느 정도일까.
말이란 곡식 등을 재던 단위다.
현재의 단위로 변환해 보자면
1말은 약 18L이고
3말은 약 54리터인 셈.
54리터의 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가 활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옛 속담을 생각해 본다.
나는 몇 개의 구슬을 모아놨을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구슬이 1말인데
10말처럼 포장한다면 과대포장&사기꾼일 테고
본인이 가지고 있는 구슬 10말을
1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일 테지.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사람은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이 한 개라도 소중히 여기고 잘 갈고닦아
목걸이이든 팔찌, 반지 등으로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사회생활 13년 차인 나는 과대포장된 사람같이 느껴진다.
내가 가진 구슬을 모아 돋보기로 확대시켜 놔서 '내 구슬은 이 정도예요...'라고 부풀리고 다니는..
한편으로 내가 모아 온 많은 구슬을 하찮게 여기는 것 같다.
나는 객관적으로 운전을 못 하는 편은 아닌데
내가 운전을 좋아하거나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학창 시절. 수포자도 아니었고 문과에서도 어느 정도 하는 학생이었는데...
나는 내가 수학을 못 한다고만 생각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냥 쓰면 될걸...
내가 잘하는 것도 아닌데 쓸지 말지.. 항상 고민한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보다 부족한 것에 집중하는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구슬들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내가 가진 구슬로 나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
서말이 쌓여있어도 알지 못한 채 다른 구슬들을 부러워하며 모으기에 급급하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이 좋다는 구슬만 컬렉션만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남들보다 구슬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아니라
크고 반짝이고 좋은 구슬을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구슬을 잘 파악하고
그걸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참 어렵다.
모두가 자기 삶을 책으로 쓰는 건 아니다. 작가들은 겪은 일을 총동원하여 글의 재료를 모으고 때로는 겪지 않은 것까지 끌어다 써가며 자신보다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품위도 있다. 웅이 삶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은 달리는 트럭 안에서 한 번쯤 말해진 뒤 기억 속으로 멀어진다. 웅이의 이야기는 언제나 경험보다 작다.
이슬아 "가녀장의 시대" 중에서
나의 이야기는 경험보다 작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구슬을 꿰지 않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품위도 있다.
내 손에 든 구슬들을 바라본다.
썩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영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꿰지 않아도 될 자유를 포기하고
내가 가진 구슬로 무엇이라도 만들고 싶어진다.
나는 무엇을 만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