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다
어제, 오늘 청소를 했다.
꾸준히 하면 좋으련만...
계절이 바꿔서 라는 이유로 팬트리를 뒤집고, 세탁실을 정리했다.
내가 청소를 하는 곳이 주로 생활하는 안방, 거실, 주방이 아닌 팬트리와 세탁실이었을까?
그건 나만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이들은 자주 찾지 않는 곳.
내가 정리를 해두면 웬만해서는 흐트러지지 않는 곳.
반대로 안방, 거실, 주방, 방들은 내가 정리를 해봤자...
정리하는 속도보다 어지럽혀지는 속도가 더 빠른 곳.
그래서 과감히 주로 사용하는 일상적인 공간은 건너뛰고 내가 하고 싶은 곳만 공략한다!
쓸 물건과 아닌 것을 구별하고
동선이 편하도록 다시 재배치하고
다시 깔끔하게 보이도록 정리하는 일은 만족감을 준다.
매실청이 다 떨어져서 주문했는데 세탁실에서 외숙모께서 주신 매실청을 발견하고
(발견하기 전까지는 우리 집에 이 매실청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는데)
주문취소를 누르며
청소의 효용성을 가족들에게 크게 떠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도 하지.
팬트리와 세탁실이 정리가 되면서 내 마음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차마 티 낼 수 없었던 것.
나는 팬트리와 세탁실로 도망쳤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었다.
그 일이 하기 싫었던 것뿐.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으니 청소라는 카드를 꺼낸 것뿐.
시험기간 때 책상 위를 정리하고, 서랍을 다 뒤집어 정리하던 그때처럼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하는 일을 외면하고
청소를 시작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이제 청소는 끝났다.
다시 현실을 직면할 때다.
해야지... 이제 진짜 진짜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