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다 똥 됐다

by 오로시

10년 전 영국에 갔을 때

가장 흔하고 만만한 음식인 피시 앤 칩스.

너무 흔해서 먹을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던 그 피시 앤 칩스를

갑자기 귀국하는 바람에 먹지 못하고 왔었다.


동네 독립 서점.

이름이 예뻐서 눈 여겨봤던 그곳.

이제 가볼까 하니 문을 닫았다.


동네 맛집이었던 곰탕집.

걸어서 5분 거리니까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미뤄뒀던 그 가게는

갑자기 불이 나서 영업이 중지됐다.


언제든 갈 수 있으니까. 가까우니까. 등의 이유로 미뤄두었던 일들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실행하기 전까지는.


그것들이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

나의 착각이었다.

내 상황이 변할 수도 있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

변하지 않는 건 없으니까.


내 옆에 계속 있어줄 거라고 생각하는 가족들도 친구들도

그게 언제까지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왜 영원할 것처럼 대했을까.


미래의 관대함에 속아

오늘의 유한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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