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베프 되기
나의 기분 상태를 잘 살펴보면
촉촉이 기간과 축축이 기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촉촉이 기간의 나는
마음도 말랑말랑.
몸도 건강한 상태
축축이 기간의 나는
물먹은 스펀지처럼 마음이 무겁다.
물에 푹 절궈진 솜처럼 무거워진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상태.
한동안 나는 축축이었다.
축축이가 물기를 빼내고 다시 촉촉이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으로는
1. 햇볕 쬐기.운동하기
2. 의도적으로 밝은 색 옷 입기
3. 나와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기.
1. 발목이 다친 2달 동안 거의 운동을 안 하다시피 했기에 햇볕을 쬐는 시간도 줄었고 내 마음의 습기로 가득 찼다.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그렇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2. 나는 거의 무채색 옷만 입고 지내는데 우울한 기운은 밝은 소품을 사용하면 보완할 수 있다고 한다.
3번이 의아할 수 있지만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얻은 효과적인 방법이다.
나와 비슷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면
공감하고 슬퍼해주면서 본인의 힘든 사연을 꺼내놓고 누가 누가 힘든가 배틀이 이뤄진다.
서로 다정하게 위로해 주고 오는 길에는
나의 슬픔과 상대의 슬픔이 스며들어 더 축축하게 되기도 한다.
가장 감정기복이 적고 나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안전한 대상에게 속마음 꺼내놓기.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없다면 상담도 좋겠지.
다행히 내 주위에는 그런 친구 1명과 배우자가 있다.
평소에 공감을 잘 못 한다고 구박했었는데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도 분명 도움이 되는 때가 있다!)
무던하고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고
자신의 루틴을 묵묵히 해나가는
흙같이 약간 건조함을 지닌 지인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나의 축축함이 말라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나의 감정의 쓰레기통 역할을 하게 시키라는 것은 아닙니다!!)
나에 대한 평가 없이 내 상황을 안전하게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다는 마음으로도
축축한 마음을 건조시킬 수 있다는 걸 느낀 요즘이었다.
단.. 배우자인 나의 남편에게는
10년 동안 교육시킨 것이 하나 있는데..
듣기만 하고 조언은 하지 말라는 것.
조언은 내가 필요할 때 내가 구할 테니
평가나 잔소리는 하지 말기를 당부시켰다.
이제는 꽤나 좋은 대화상대가 된 남편과
축축해진 나를 말리기 위해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집 앞 산책 코스를 걷다 보면
지난 했던 우울함이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다.
나는 우울한 나의 상태를 장마철이 온 축축이라 부른다.
이때 나는 기특하게 물을 잘 빨아들이는 규조토 같은 남편에게
S.O.S를 친다.
-축축이를 말리러 가야겠어.
이렇게 내 상태에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도 해결방법을 찾았으니 반은 해결된 거다.
예전에는 원인을 찾고 싶었다. 찾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에 슬픔이 우울이 가득 차서 찰랑찰랑 물이 넘치게 된 이유를...
그런데 그 이유는 찾기 힘들뿐더러 찾았다고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많지 않았다.
내 주변 환경, 사회시스템,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을
당장에 내가 바꾸기란 쉽지 않으니
우선 물속에 잠겨 축축한 나를 꺼내어 말려본다.
그러고 나면 내 주위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나의 습기를 머금어준 감사한 주변인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감사한 일들
다시 촉촉이가 되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나설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