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적절한 죄절이 필요하다.
아이들과 함께 본 공연은 <두 제비 이야기>.
흥부와 놀부 이야기 속 제비, 행복한 왕자의 제비.
서로 다른 이야기 속에서 살다 죽은 두 제비는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를 만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삶을 살 기회를 얻어, 이번에는 사람으로 환생한다.
옥황상제는 제비들에게 숙제를 내주는데. (숙제의 정답은 마지막에 있습니다 )
제비였던 전생의 기억을 잊은 채로 만나게 된 두 소년.
흥부와 놀부의 제비는 몸도 약한 소년 한진수로
행복한 왕자의 제비는 반짝이는 보석과 예쁜 것들을 좋아하는 소년 김솔로 환생한다.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제비를 사랑하는 이 소년들은
어미를 잃은 새끼제비를 돌보면서 조금씩 마음을 나눈다.
옥황상제가 제비들을 환생시킬 때,
풍족하게 채워주기보다, 어딘가 부족한 듯 태어나게 했다는 대목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부족함을 느끼고 채워가라는 하늘의 뜻으로 나도 이렇게 부족하게 태어났구나
두 소년은 처음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자주 티격태격한다.
제비를 생각을 향한 마음만은 같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제비를 남쪽으로 보내는 날.
비밀을 공유하면 다시 만나게 된다며
아이들은 제비가 들을 수 있게 바람 속에 비밀을 날려 보낸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쉽지 않은 이별의 무게를 함께 나눈다.
어른의 시선에서 아이들을 볼 때는
-좋을 때다. 니네가 무슨 걱정이 있겠어. 이렇게 쉽게 말해버리곤 한다.
아이들도 나름의 '인생 최대의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
과거의 추억이 미화될 뿐 우리 또한 치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지금의 내가 보면 작아 보이는 고민일지라도 작은 체구에 짊어지긴 버거운 짐들이었다.
내 어린 시절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와 맞지 않은 친구와 티격태격했던 기억.
잘 지내다가도 괜히 심술부렸던 순간들.
친했던 친구와 갑자기 절교를 당하게 됐던 순간들,
그렇게 외톨이가 된 것 같았던 느낌과
사랑했던 존재와 헤어졌던 경험까지.
이 아동극을 보는 동안 나는 어린 나를 다시 만나고 온 기분이다.
아이들에겐 적절한 좌절이 필요하다.
아픔, 상처, 좌절, 슬픔은 아이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게 하니까.
그 과정이 힘든 걸 알기에...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든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려고 하지만
이제는 안다.
적절한 좌절이 있어야
단단한 사람이 된다는 것을.
두 소년의 모습은 과거의 나였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오랜만에 가슴이 찡해지는 공연을 만나서 행복했다.
공연은 아동 판소리극이었다.
아이들에게 판소리를 접해주고 싶어서 예약한 공연이었는데 정작 소리꾼에게 반한 건 나였다.
소리가 얼마나 구성지고 시원한지.
소리꾼의 목청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었다.
공연 내내 참 행복했다.
옥황상제가 제비들에게 내준 숙제는...??
내가 되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나로 살아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