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나는 HR 담당자가 되었다.
지루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거나 특출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다. 수학이 너무나도 싫었다.
드라마로 치면 이름 없는 조연, 혹은 등장인물 3 정도랄까.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할 줄도 몰랐으며,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나는 성적에 맞춰 지방대 4년제에 입학했다.
지방대에 입학하고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학점이라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서울 4년제를 나온 친구들과 경쟁력에서 이미 밀렸다는 불안감
지방대에서 학점까지 낮으면 취업에 불리할 것 같다는 불안감
무엇보다 학자금을 낼 형편이 안되어 반드시 장학금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
이런 마음들은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4년...
단 한 번의 휴학 없이 대학을 졸업했다.
휴학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빨리 졸업해서 돈을 벌어야 가정의 경제력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달큰한 향'과 '산뜻한 바람'같은 청춘의 추억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탔고 추후 취업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 복수전공도 들었다.
관광경영학과와 경영학과. 이 두 가지가 내 전공이다.
졸업학점은 4.5점 만점에 4.2점을 기록했다.
말 그대로 신입의 취업시장은 정말 요즘 유행어와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서류탈락, 면접탈락, 탈락 그리고 또 탈락.....
탈락메일에 작성되어 있는 '본인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니 너무 낙심하지 말라'라는 그 말이
너무나도 야속했다. '아니 부족한 게 아니면 좀 뽑아주라... 나도 기회를 줘라' 생각했다.
그렇게 탈락을 하나씩 접할 때마다 나의 자존감 퍼즐도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국내여행사에서 최종합격을 받았다.
나의 업무는 여행상품을 고객에게 상담 및 판매하는 것이었다.
아.... 그런데........ 꿈에 그리던 직장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밀려드는 압박감, 잦은 실수, 끊임없이 울려대는 사무실 전화,
고객들의 무분별한 욕설, 생전 처음 보는 업무들....
대학 수업 중 교수님의 한 마디가 생각났었다.
"야 얘들아, 돈 내고 다니는 대학교도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데,
나중에 돈 받고 다니는 회사는 얼마나 더럽고 치사하겠니"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그 말이 뼈를 찔렀다.
사회초년생의 너무 큰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 스스로를 잘 몰라서였을까
생각보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까'의 생각이 천 번 만 번 떠오르다 어느 날,
인사팀에 가게 될 일이 생겼다.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기 위했던 걸로 기억한다.
경영학과에서 배운 HR, 그걸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을 본 순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두근거렸다. 궁금했다. '나도 HR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만에 졸업 후 처음으로 최종합격한 국내여행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재취업 준비를 하였고
그렇게 어쩌다 나는 첫 번째 회사 "HR담당자"로 입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