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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단비 Aug 13. 2024

어쩌다 HRer

① 나는 HR 담당자가 되었다.

PART 1. 대학 입학 그리고 졸업까지


지루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거나 특출난 외모를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지도 않았다. 수학이 너무나도 싫었다.

드라마로 치면 이름 없는 조연, 혹은 등장인물 3 정도랄까.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변할 줄도 몰랐으며, 이렇게 다양한 직업군이 생겨날지도 몰랐다.


그렇게 특별할 것 없이 나는 성적에 맞춰 지방대 4년제에 입학했다.

지방대에 입학하고 든 생각은 딱 하나였다.

"학점이라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서울 4년제를 나온 친구들과 경쟁력에서 이미 밀렸다는 불안감

지방대에서 학점까지 낮으면 취업에 불리할 같다는 불안감

무엇보다 학자금을 낼 형편이 안되어 반드시 장학금을 타야 한다는 압박감

이런 마음들은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4년...


단 한 번의 휴학 없이 대학을 졸업했다.

휴학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단지 빨리 졸업해서 돈을 벌어야 가정의 경제력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즐기지 못한 것은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달큰한 향'과 '산뜻한 바람'같은 청춘의 추억들이 나에게도 있었다.


매 학기 장학금을 탔고 추후 취업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 복수전공도 들었다.

관광경영학과와 경영학과. 이 두 가지가 내 전공이다.


졸업학점은 4.5점 만점에 4.2점을 기록했다.


PART 2. 나의 첫 번째 직장을 찾아서


말 그대로 신입의 취업시장은 정말 요즘 유행어와 같았다.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

서류탈락, 면접탈락, 탈락 그리고 또 탈락.....

탈락메일에 작성되어 있는 '본인의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니 너무 낙심하지 말라'라는 그 말이

너무나도 야속했다. '아니 부족한 게 아니면 좀 뽑아주라... 나도 기회를 줘라' 생각했다.

그렇게 탈락을 하나씩 접할 때마다 나의 자존감 퍼즐도 한 조각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한 국내여행사에서 최종합격을 받았다.


나의 업무는 여행상품을 고객에게 상담 및 판매하는 것이었다.

아.... 그런데........  꿈에 그리던 직장생활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밀려드는 압박감, 잦은 실수, 끊임없이 울려대는 사무실 전화,
고객들의 무분별한 욕설, 생전 처음 보는 업무들....

대학 수업 중 교수님의 한 마디가 생각났었다.

"야 얘들아, 돈 내고 다니는 대학교도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데, 

나중에 돈 받고 다니는 회사는 얼마나 더럽고 치사하겠니"

당시에는 그냥 지나쳤던 그 말이 뼈를 찔렀다.


사회초년생의 너무 큰 압박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나 스스로를 잘 몰라서였을까

생각보다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둘까'의 생각이 천 번 만 번 떠오르다 어느 날, 

인사팀에 가게 될 일이 생겼다. 졸업증명서를 제출하기 위했던 걸로 기억한다. 

경영학과에서 배운 HR, 그걸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을 본 순간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두근거렸다. 궁금했다. '나도 HR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만에 졸업 후 처음으로 최종합격한 국내여행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다시 재취업 준비를 하였고 

그렇게 어쩌다 나는 첫 번째 회사 "HR담당자"로 입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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