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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롯이 단비 Aug 14. 2024

어쩌다 HRer

② 나의 첫 번째 회사 '건설업' 이야기

PART 3. 사회초년생,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긴장감과 설렘 한가득 담아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첫 출근을 했다.

높은 구두를 신고 대중교통을 3번이나 갈아타도 힘든 줄 몰랐다.

지하철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이 마치 나에게 '고생했어 너도 이제 직장인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기대했던 HR업무였고 대학생 때 HR관련 전공마다 학점을 높게 받았던 나는 분명 잘 해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정말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법인인감, 사용인감, 직인, 원본대조필, 법인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문서마다 다른 결재라인, 직급체계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그렇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하고 싶어 찾아온 HR직무이고 여기서도 도망치면 사회 부적응자로 보일 것이라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신입채용보다 경력채용이 더 넓은 시장에서 나의 커리어를 확장시키려면

단 1년이라도 중고신입의 경력을 채워야만 했다.


버텨내야만 한다. 해내야만 한다.


PART 4. 인사팀에서 참 많은 일을 하는구나


처음 시작한 HR업무는 주로 인사행정관리, 급여관리, 임직원 근태관리 등과 같은 HRM업무였다.
HRM 업무는 문서작업이 많고 이 세상 끝판왕의 정확성과 꼼꼼함을 요구하였다. 


입사, 퇴사, 휴직 등 직원에게 변동이 생긴 모든 기록들을 각종 공단에 전달하고, 

직원들의 연간 총 근로소득을 합계내고, 공단에 보수총액 신고를 하고, 연말정산을 한다.

일용직, 정규직 등 각종 근로형태를 구분하고 신고하고, 

인사정보를 정확히 기입하며, 임금을 지급한다.

작은 돈 하나에도 회계처리가 진행되며 1원의 오차라도 있어선 안되었다.


꼼꼼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해도 놓치기 일쑤였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자꾸 실수가 보일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하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지독한 메모의 습관이 시작되었다.

뭐든지 기록했다. 매일매일 내가 했던 업무, 해야 할 업무, 진행과정 등등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나만의 업무 스타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HRer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1년이 다가올수록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라면 굉장히 다양한 이유가 있다.


①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건설업이었던 만큼 그와 걸맞게(?)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국내 모든 건설업들이 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나의 첫 번째 회사는 그러하였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았다. 무조건 하향식 의사결정 '까라면 까라' 형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PTSD와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괴롭힘을 받았다.


② 길고도 너무 긴 근로시간과 잦은 회식

나의 계약서 상 근로시간은 8시 출근, 6시 퇴근 그리고 격주 토요일 출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7시 출근, 11시 퇴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회식이 있었다.

몇 개월 후에는 주 5일제로 변경되어 주말에 출근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근로는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억나는 대화 중 하나는 이랬다.

 

 과장 : "oo 이는 평일에 약속 안 잡아?"

 나 : "아.. 네.."

 과장 : "그래 자세가 됐네! 평일에는 약속 잡는 거 아니야. 회사에 무슨 일 생길 줄 알고 항상 대기해야지"


③ 부족한 경험

휴학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다양한 곳에서 알바경험을 얻은 친구들,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는 친구들 등등 

졸업 가정형편으로 바로 취업을 했어야만 했던 나는 내가 갖지 못했던 그 경험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경험을 갖고 싶었다.


④ 더 넓은 세상

단순히 건설업에서만 HR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수많은 회사와 다양한 업종이 있는데

건설업만 하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더 넓은 경험과 시각을 갖고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들과 함께 

첫 번째 회사에서 1년 2개월을 다니고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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