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나의 첫 번째 회사 '건설업' 이야기
긴장감과 설렘 한가득 담아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첫 출근을 했다.
높은 구두를 신고 대중교통을 3번이나 갈아타도 힘든 줄 몰랐다.
지하철 창문 너머 보이는 풍경이 마치 나에게 '고생했어 너도 이제 직장인이야'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기대했던 HR업무였고 대학생 때 HR관련 전공마다 학점을 높게 받았던 나는 분명 잘 해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말 정말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법인인감, 사용인감, 직인, 원본대조필, 법인인감증명서, 법인등기부등본,
문서마다 다른 결재라인, 직급체계 등.. 난생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그렇지만 그만둘 수 없었다.
하고 싶어 찾아온 HR직무이고 여기서도 도망치면 사회 부적응자로 보일 것이라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신입채용보다 경력채용이 더 넓은 시장에서 나의 커리어를 확장시키려면
단 1년이라도 중고신입의 경력을 채워야만 했다.
버텨내야만 한다. 해내야만 한다.
처음 시작한 HR업무는 주로 인사행정관리, 급여관리, 임직원 근태관리 등과 같은 HRM업무였다.
HRM 업무는 문서작업이 많고 이 세상 끝판왕의 정확성과 꼼꼼함을 요구하였다.
입사, 퇴사, 휴직 등 직원에게 변동이 생긴 모든 기록들을 각종 공단에 전달하고,
직원들의 연간 총 근로소득을 합계내고, 공단에 보수총액 신고를 하고, 연말정산을 한다.
일용직, 정규직 등 각종 근로형태를 구분하고 신고하고,
인사정보를 정확히 기입하며, 임금을 지급한다.
작은 돈 하나에도 회계처리가 진행되며 1원의 오차라도 있어선 안되었다.
꼼꼼하게 처리했다고 생각해도 놓치기 일쑤였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자꾸 실수가 보일 때마다 나 자신이 너무 답답하기도 했다.
그때부터였다. 지독한 메모의 습관이 시작되었다.
뭐든지 기록했다. 매일매일 내가 했던 업무, 해야 할 업무, 진행과정 등등
6개월 정도 지나고 나니 어느 정도 나만의 업무 스타일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HRer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1년이 다가올수록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라면 굉장히 다양한 이유가 있다.
① 수직적인 조직문화와 직장 내 괴롭힘
건설업이었던 만큼 그와 걸맞게(?)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국내 모든 건설업들이 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나의 첫 번째 회사는 그러하였다.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았다. 무조건 하향식 의사결정 '까라면 까라' 형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PTSD와 공황장애가 올 정도로 괴롭힘을 받았다.
② 길고도 너무 긴 근로시간과 잦은 회식
나의 계약서 상 근로시간은 8시 출근, 6시 퇴근 그리고 격주 토요일 출근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7시 출근, 11시 퇴근을 마다하지 않았다.
조금 일찍 끝나는 날에는 어김없이 회식이 있었다.
몇 개월 후에는 주 5일제로 변경되어 주말에 출근하지 않게 되었지만
여전히 하루 12시간에 가까운 근로는 변하지 않았다.
실제로 기억나는 대화 중 하나는 이랬다.
과장 : "oo 이는 평일에 약속 안 잡아?"
나 : "아.. 네.."
과장 : "그래 자세가 됐네! 평일에는 약속 잡는 거 아니야. 회사에 무슨 일 생길 줄 알고 항상 대기해야지"
③ 부족한 경험
휴학 기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쌓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어학연수를 다녀오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친구들,
다양한 곳에서 알바경험을 얻은 친구들,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는 친구들 등등
졸업 후 가정형편으로 바로 취업을 했어야만 했던 나는 내가 갖지 못했던 그 경험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그런 경험을 갖고 싶었다.
④ 더 넓은 세상
단순히 건설업에서만 HR을 배우고 싶지 않았다. 세상에 수많은 회사와 다양한 업종이 있는데
건설업만 하기에는 너무 아쉽지 않은가!!
더 넓은 경험과 시각을 갖고 더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었다.
이러한 이유들과 함께
첫 번째 회사에서 1년 2개월을 다니고 그만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