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회고

by 일경

생각의 파편을 나열해 본다.


1. 2025, 유독 제자리걸음을 했다. 직장에서 하던 일을 하고, 퇴근 후 비슷한 여가생활을 했다. 소소한 이벤트들이 있었지만, 과거에 쌓아왔던 일이 개화했을 뿐이다. 물론 여전히 행복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시점부터 내가 누린 행복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시간은 흐르고 있다.


2.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육체적, 사회적 변화를 뜻한다. 내 개인의 육체 변화는, 아무래도 이곳저곳 관절이 팡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도 그렇고, 총명하던 눈이 가끔은 많이 시려서 뿌옇게 앞이 보일 때가 그렇다. 심지어 글감을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는 것과... 내 문체를 더욱 발전시키지 않고 기계가 써주는 문장을 꿀떡 달게 삼키는 것이 그렇다.

사회의 변화는 알다시피... 불경기의 심화로 사람 간의 교류나 다양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 그저 당장의 자극과 편안함을 쫒고, 질투하며, 웃고, 내 의견이 옳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는 현상이 있겠다. 적어도 내가 살아온 동안, 이렇게 각 개인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고, 표현하는 걸 잘 확인할 수 있었던 시대가 있었나 싶다. 문득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3.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나를 적지 않은 시간 회고해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도출됐다. 첫째는, '오늘의 나'는 지난 하루 내가 한 모든 행동의 결과라는 것. 둘째는 앞으로 내가 얼마나 성공하던 하루에 내가 가질 수 있는 행복의 총량은 동일하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몰라서 누리지 못한 행복은 있을지언정, 더 많은 행복을 가지진 못할 것이라는 깨달음이다.


4.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 나의 2025를 점검해 봤다. 일하고, 밥 먹고, 자는 시간을 빼면 적잖은 시간을 핸드폰 콘텐츠에 시간을 썼다. 독서는 거의 하지 않았고, 운동도 글쓰기도 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계속 하니 핸드폰을 덜해야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이는 자극적인 콘텐츠 소비를 멈추고, 생각하는 근육을 다시 길러야겠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낚싯대만 보면 돌아버리는 고양이가 된 것 같았다. 그런 의미로... 이 글을 업로드 한 뒤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모든 SNS를 삭제하고자 한다. 나아가, 금주도 시작하고자 한다(갑자기?). 금주에 대해서는 행복의 총량 이야기 때 다시 풀어보겠다.


5. 우리는 1살 때부터, 죽는 해까지 동일한 양의 행복을 가진건 아닐까? 다만, 그 때에 맞는 행복의 종류와, 그를 인식하는 내가 다르다는 지점에서 행복과 불행의 기준을 정의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시기에 맞는 가장 괜찮은 행복을 누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사람마다 현재 누리고 싶은 것이 다 다르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잘 정의하고 그를 이루기 위해 하는 과정을 향유하는 것이 행복을 잘 누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6에 누릴 나의 행복은... 절제하는 삶을 향하는 모든 지점에서 이루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담배도 끊었으니 술도 끊어보는 것이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신물 나게 봤으니, 이젠 꾸역꾸역 생각해야 하는 글을 보고 말할 차례라고 생각한 것이다. 내 본능과 직관이 대부분이었던 삶을 살았고, 이제 거기서 행복이 나오지 않으니 반대의 삶을 살 때가 왔다고, 강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6. 그래도 이런 배부른 소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불행이 없기 때문도 맞다. 야금야금 병들어갈 뿐, 새로운 장애를 얻은 것도 없고, 밥도 굶지 않았으며 늘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지냈다. 그런 측면에서 2025는 내게 참 고마운 해인 것도 맞다. 내가 못 보는 행복이었던 건지 안 봤던 행복인 건지 글을 쓰는 지금 잠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나 벽을 마주한 금붕어처럼 기화해 버렸다! 2026을 잘 살았는지 내년 이맘때쯤 다시 와서 글을 써봐야겠다. 그때도 이런 파편화된, 짧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성 좀 해야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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