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단은 2024 회고를 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특히 글쓰기는 하기 싫을 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문득, 십수 년 전 방학 숙제로 일기를 몰아 썼던 유년기의 일경과 연결되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 감정이 내게 미치는 영향은 성숙의 정도와 관계없이 동일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하기 싫은 글쓰기에 투덜 되고 있을 저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잠시 핸드폰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쓰기 싫긴 한가 봅니다. 보통 회고라 함은, 잘한 것은 물론 아쉬운 것도 모두 가감 없이 적어야 하지만, 역시나 쓴소리를 주로 읊는 상황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 그런가 하고 생각해 보니, 2024는 여러 슬럼프가 저를 찾아왔다는 걸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성장보다는 퇴화한 순간들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23 회고를 할 땐 자신감에 넘치던 일경이 어쩌다 이런 쭈구렁이 되었을까요? 하나하나 읊어보겠습니다.
1. 두 번째 파산을 맞이하다
자존심에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1번으로 두고 싶진 않았지만… 위에도 언급했듯 이 글은 알몸인 저를 잘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올해 여름에 선물을 잘못 건드려 전재산을 잃어보는 경험을 또 하게 됩니다. 사실 2023에도 재산의 대부분을 잃어본 경험을 해봤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빠르게 일어날 수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23년 대비 약 5배의 금액을 잃게 되면서 정말 빈털터리가 되었습니다. 뭐 어느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피가 빠르게 식는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같은 표현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말들은 다 실제로 있는 현상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문장의 무게는 경험의 유무로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자랑이랍시고 돈 잃어서 속상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건 아니고… 약 30년 간 살면서 가장 흥분되는 경험을 했다는 점과, 결국 사람만이 남는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사건이었다는 걸 언급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모든 걸 잃었을 때 저를 버리지 않고 다시 일어나자고,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준 가족과 여자친구, 그리고 당시 회사 분들에게 많은 걸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그때 계속 읊조렸던 말이, ”다시 일어날 겁니다.“ 였는데… 그때의 독기를 상기하니 글을 쓰는 지금 다시금 피가 끓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성장은 양극단에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감 있게 추진하거나, 악바리로 머리를 박으며 칼을 갈거나. 머리 박을 마음도 없이 축 늘어진 것 보다야 후자가 훨씬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회고를 쓰면서 은혜를 다 갚을 때까지 머리를 박으며 이를 물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한번 더 하게 되었습니다.
2. 이직, 그리고 훌륭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
환율 1480원 시대에 정말 운이 좋게도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2년 반 기간 동안 몸담았던 회사의 도메인과 무관한 곳에서 다시 아기가 되어 하나 둘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회사와 관련하여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리더십의 힘은 리더에게서 나오는 게 아니라 구성원에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보통 리더십 하면 리더의 능력에 비례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보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아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 정확힌 60%는 틀리고 40%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의 힘은 구성원의 열렬한 지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리더에게 방향성을 잘 세우면 되겠다는 이야기로 연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 역시도… 리더의 방향성이 옳은지 그른지를 알 수 있는 것도 구성원의 역할이 큰 범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이순신 장군께서 아무리 훌륭한 장수더라도 그를 따르는 부하가 노를 잘 젓지 않았거나, 포를 잘 쏘지 않았더라면 전쟁은 이길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처럼, 요즘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실에도 의문을 가지려고 합니다. 특히,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대해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전 회사에서 가장 많이 읊조렸던 문장은 ”상황을 못 바꾸면 내가 바뀌자.“ 였는데요. 회사라는 곳은… 초년생인 제 입장에서 볼때 인식이나 마음가짐 같은 것이 사내 분위기나 여론에 따라 쉽게 변하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회사에 대한 경험과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한 2024년의 일경은 타의적인, 또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풋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통제하고자 하는 모든 노력이 값지다고 생각했습니다.
2025년의 일경도 여전히 진심은 통할 것이고, 그렇게 연결된 진심은 큰 힘을 낼 것이며, 리더의 방향성에 멋진 엔진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을 겁니다(혹시 미래의 일경이 안좋게 변했다면, 이 글을 보고 반성하도록!). 그렇게 해야 정말 어려운 전쟁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만큼 값진 노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3. 병들어가는 세상과 나 자신
2024년이 어쩌면 제가 기억하는 세상 중에 가장 최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은 범주에선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 이념의 양극화와 상호 혐오, 그리고 내수 경기 침체가 그러하고, 큰 범주에선 더 짙어지는 국가 간 전쟁과 부의 양극화, 환경오염이 그러합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사람들이 점점 더 ‘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개인화의 장점은 나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강화하여 인권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을 수 있으나… 단점은 타인에게 보여주는 지독한 냉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냉소는 어느 시대 때나 존재했습니다만… 이토록 지독한 냉소는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끄적이는 저 역시 점점 냉소적이게 되어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일경 역시 이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일들에 대해 점점 관심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몸 담고 있는 회사는 공동체에 대한 가치를 토했으면서 더 넓은 범주에는 차가워지는 양면성이 이를 더 두드러지게 합니다. 창피한 양면성이지만, 깔끔하게 인정해야겠습니다. 저 역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4. 자조적 태도는 1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힘든 삶과 세상이 짙어질수록 니체의 초인사상을 떠올리게 됩니다. 초인사상은 별거 없고… 한 마디로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죽을 거 아니면 그만 징징대고 일어나서 싸워.”입니다. 수렴은 늘 발산하고, 발산은 다시 수렴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영원한 공포도, 영원한 행복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스스로 지금이 가장 높은 농도로 수렴된 공포의 순간에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공포가 있다면… 뭐 수렴이 길어지는구나 하고 또 머리를 박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수렴의 발산은 옵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공포의 기간 동안 새겼던 모든 고통을 추진 삼아 뛰다 못해 날 것입니다.
5. 여담으로
사실 요즘 제일 마음 상하는 건 세상도, 삶의 변화도, 계좌도 아닌… 눈이 침침해지고 있다는 걸 느끼는 것입니다. 정신 차리고 새해에는 건강을 더 잘 챙겨야겠습니다. 건강해야 머리를 박던가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