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직장동료 Q님은 요즘 잘 나가는 포케 프랜차이즈의 성장 이야기를 내게 들려줬다. 요지는 이렇다. 포케 대표 님은 야채 가게를 하는 동업자를 만나 포케집을 차렸는데, 직장인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열었다는 이유로 대박이 났다는 것. 이를 역순으로 생각해 보면 참으로 당연한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타깃이 된 직장인은 건강을 간접적으로나마 챙기고 싶은 욕구를 가진 사람들이다. 요즘 현대인은 생활에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건강을 챙기고 싶어 하는데, 이 욕구가 직관적으로 발현된 이는 운동을 하고, 간접적으로 발현한 이는 야채를 먹는다. 우선 불닭, 치맥만 안 하면 건강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상품에 대한 분석은 참 쉬운 것 같다. 나는 약 3년 간 뭘, 어떻게 성공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고 있는데, 아직 허우적대는 걸 보면 애초에 뭘 고민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지경까지 왔다고 해야 맞지 않은가 싶다. 직장인 김일경, 자신을 똑바로 다시 쳐다볼 때다. 무엇을 하고 있는가?
2. 나만 그런가? 사람들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휘발한다. 유행이 피어오르는 속도도 빠르고, 저무는 속도도 더 빠르다. 스테디셀러처럼 인기 있었던 유명 크리에이터의 조회수도, 단체로 뛰어다니는 모임도, 하다 못해 숏폼 비디오의 맥락 없는 챌린지까지 빠르게 뜨고 식는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뭘 흥미로워해야 하는지 둔감해지는 것 같다. 그러니까, 유행하는 것에 대한 흥미가 저무는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요즘 무엇을 흥미로워하는가? 다시 안 읽던 책을 읽고, 매일 한강을 뛰고, 그래도 퇴근 즈음엔 후회 없이 일을 했노라는 퇴근 지문을 찍는 것들... 그러니까, 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것들에 흥미로워한다고 볼 수 있겠다.
3. 윤 대통령께서 내가 1살 때 취임하신 것이 아니니, 나는 윤 대통령의 나이 정책을 따를 생각이 없다. 사실 겨우 100년도 겨우 사는 생물에게 1살을 더하고 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래서 뭘 말하고 싶냐, 나는 원조 한국 나이로 2025년에 30살이 된다. 30살! 의미 담기 대마왕 김일경이 성인 10주년을 맞이했다. 나는 매년 그 해의 회고를 하는데, 이번 연도엔 10년 회고를 해보고자 한다. 10년 간 꾸준히 해왔던 것들, 꾸준히 행복했던 것, 꾸준히 후회했던 것을 솔직히, 아주 솔직히 나열하고 취합하고자 한다. 목적은 앞으로의 10년 목표에 재료로 사용할 것이고, 객관화를 위한 행동을 한번 더 함에 있다. 내 이야기를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4. 내 이야기를 자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최근 쓰고 있던 희곡을 완전히 접기로 결정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어느샌가 느낌과 척, 이럴 거야-하는 망상이 덕지덕지 붙은 대사를 꾸역꾸역 쓰노라니 자멸감이 들었다. 그렇게, 예전만큼 생각을 길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리고 내 뇌가 석화가 시작 됐다는 근거 없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혼자 깊게 빠져서 하는 생각은 이젠 어울리지 않는 때가 왔다는 걸 안다. 그래도 재밌는 생각을 더 오래 하고 싶었다. 그런 것도 아니면 난 무슨 재미로 눈을 뜨고 감는 사람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