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기약하는 자의 밑도 끝도 없을 여유
구독자가 50명을 돌파했다는 알림이 온 지도 며칠 전이건만, 어쩐 일인지 나는 맥없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길 뿐 괜스레 내 브런치를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패기 있게 밀어붙였던 8월의 시작과는 달랐다. 한 차례 또 탈락의 고배를 마실지라도, 다음의 전형을 향해 달리며 '그래, 나는 취준생이야'라는 내뱉기에 부끄러움이 없이 적어도 무엇인가 ing는 하고 있었던 때... 그러나 지금. 폭풍이 지나고 쥐 죽은 듯 고요한 이 나날들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지 알 수 없는 와중이었기에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사실 할 말은 많았다. 푸념, 결심, 험담, 포부, 불안, 격려... 그런데 청자가 생겼다는 사실 만으로 급격히 말 수가 줄어들었다. 오히려 그를 위한 글쓰기 공간인데도 말이다. 나에게 과분한 건가 싶기도 하고, 조심스러워지기도 한다. 밥상을 떡하니 차려주니 밥 한 술 뜨기가 불안불안하다. 내 성격대로라면 맛있다를 연발하며 퍽퍽 먹어야 정상인데, 이 공간이 내 집 안방은 아니라는 의식이 자꾸 나를 사로잡는다. 정갈한 자세에 왼쪽으로 꼭꼭 세 번 씹어주고 오른쪽으론 다섯 번, 그렇게 애써, 꿀떡 삼켜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이 '공백'이 가장 '이맘때'스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얼마 간의 간격을 두고 물 한잔, 밥 한 술, 찌개 한 숟갈 먹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차마 어느 반찬에도 손이 가지 않는 때가 있는 법이라고. 연말, 연초. 지금이 가장 많이 스터디가 문을 닫는 때라고 한다. 그렇게 나 또한 2015년을 함께 했던 스터디와 이별했다. 74000원이라는 벌금을 낼지 말지 잠시간 고민했지만, '계좌이체' 버튼과 함께 '대주주'라는 칭송을 받으며 마지막 회식자리를 함께 하고 각자의 앞길을 빌어 주었다.
그렇게 나에게 남은 것은 "2015년 상반기 계획 무." 수첩엔 내가 관심 있는 온갖 키워드들이 난무하지만, 어느 것 하나 자리 잡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 '괜찮음'이 모든 것을 해탈한 자의 허무함에서 오는 것인지, 아직은 20대 중반이라고 어설프게 남아있는 근자감에서 오는 것인지, 또다시 무엇인가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와 포부에서 오는 것인지 헷갈려질 때쯤. 다시금 브런치에 접속하기로 한다.
우리 여기 살아 있어요! 이상하게 여길지 몰라도 저는 기분이 꽤 괜찮답니다!
그리고 무진장 크게 '이제 제가 뭘 할지 저 스스로도 궁금해요!' 하고 외쳐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