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개똥벌레가 된 임산부

개똥벌레라 놀리지 마라. 숨겨도 빛이나는 반딧불이니까!

by 어머나

예정일은 9월이었다. 더운 여름에 만삭이 됐다.

아침, 저녁 출퇴근하는 길이 덥고 멀었다. 버스의 작은 흔들림에도 휘청였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은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임산부를 배려할 만한 여유가 없는 만원 버스 손잡이를 잡고 흔들흔들하면서 '개똥벌레'를 흥얼거렸다.


나는 만삭 임산부~자리가 없네~
저기 분홍색 좌석이 내 좌석인걸~

배를 내밀어도 자리가 없네~
임산부 배찌가 달랑거려도 다들 눈을 감네

자지마라~자지마라~자질 말아라

나를 위해 한번만 양보를 해주렴.

라라~라라라라 뭉치는 배를 안고

오늘 아침도 이렇게 버스 출근한다~



회사에서도 '나 임산부네'하기는 어려웠다. 되려 곧 업무를 나눠야 하기에 눈치도 좀 보였다.

함께 일하는 미혼의 동료들과의 관계가 어쩐지 편치 않았다. 회사 내에 새로운 팀장이 부임하고 갈등이 생겼다. 메신저 뒷담화가 계속이어졌고, 업무를 거부하거나 점심을 따로 먹는 식으로 불만이 노골적으로 표현됐다. 임산부인 나는 그저 내 몸 하나 가누기도 어려워 뒷말은 듣기도 하기도 싫었다. 점심시간 그이들과 보조를 맞춰서 걷기가 힘들었다. 멀리 있는 횟집을 간다거나 하면, 배가 무거워 그냥 가까운 데서 점심을 떼웠다. 그런 날이 빈번했다. 새로운 팀장이 퇴사를 하고 팀장 대우를 하게 된 나와도 사이가 데면데면해졌다.

무엇보다 뱃속의 아기가 편안했으면 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외롭거나 슬프지만은 않았다.

지인은 날 더러 "임신도 했으니, 편하게 회사 생활을 해라"했는데,

임신은 회사생활에서 핸디캡이지, 절대 베네핏이 아니다.

예정일을 2주 남겨놓고 출산 휴가를 가기로 했다.

임신 기간에 출산 휴가를 쓰기보다 육아를 위해 출산 후 아이를 조금 더 보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남아있는 동료들은 인수인계를 최대한 늦게 받으려고 했다.

복귀를 안하실수도 있으니 최대한 문서로 자세하게 남겨 달라고 했던가.

업무가 많은데, 대체 인력도 없이 업무가 나눠져서 불만이라 했던가.

아주 소중한 것이 생기니 예전에는 예민할 수 있는 문제들도 대수롭지 않았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마음이 있는거겠지. 아이에게 마음이 쓰여서 다들 이들의 사소한 생각에 잠길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 날까지 인수인계서를 업데이트하고 짐을 챙겨 나왔다.


그 주 주말에 짐을 좀 챙겨나와서 짐이 많지는 않았는데, 회사에서 짐을 빼는 기분이 묘했다.

"회사야 안녕. 건강하게 출산 잘 하고 올게!"


개똥벌레의 다른 이름은 '반딧불이'다.

임산부를 개똥 벌레가 아니라 반딧불이 처럼 반짝이는 시선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

타인들도 자기 스스로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에필로그] 엄마, 내 딸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