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01월 둘째주
꽃이란 무엇일까?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는 꽃 선물을 받는다는건 텔레비전에서만 볼 수 있었다.
어릴적 언니들과 함께 사용하던 방 한구석에는 도대체 언제 누가 누구에게 받았는지 모를 작은 꽃다발이 비닐포장지를 그대로 감은 채 세월의 흔적만큼의 먼지를 뽀얗게 쌓인 채 걸려있었다.
그리곤 언제 누군가에 의해 버려졌는지 모른 채 어느 순간 사라지곤 했다.
어릴적 나에게 꽃은 그런 존재였던 것 같다.
누군가 내게 꽃을 들고 찾아와주는 낭만같은 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삼십대가 되면서 나는 삶의 여유를 조금씩 찾게 됐다.
직장에선 연봉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한 것을 받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혼자만의 공간인 작은 집도 있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위해 꽃을 사게 됐다.
그때는 사무실 앞의 꽃집에 들러 꽃을 사서 퇴근하는 삶에 스스로 너무 도취되었다.
사실 꽃집에 들러 스스로를 위해 꽃을 산다는 행위가 처음엔 어렵지만,들어가는 돈에 비해서 만족도는 굉장히 컸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신이 나던지 스스로 무언가 된 듯한 느낌에 한 몇 년은 그 생활을 지속했었다. 그러다 사무실이 여의도를 벗어나면서 주변에 꽃집도 사라져 버렸다.
퇴근길 눈앞에 꽃집이 없으니 당연히 또 그 삶은 멀어지게 됐다.
그러다 결혼이라는 걸 했는데, 나랑 결혼한 남자도 나에게 꽃을 사주는 낭만은 없는 남자였다.
그냥 인생이 남자에게는 꽃을 받기가 힘든 인생인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스스로 사는 수밖에.
회사를 관두고 제일 먼저 취미로 시작했던건 꽃수업이었다.
플로리스트는 바라지도 않고, 이제 시간의 여유가 생겼으니 아침에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사와서 스스로 예쁘게 포장할 수 있고, 특별한 날이면 주변사람들에게 꽃다발 정도는 스스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욕심에 꽃수업을 꽤 열심히 들었다.
이년정도 듣다 보니 제법 만들 수는 있었지만, 그 즈음해서는 꽃구독의 서비스가 너무 활발해졌다.
굳이 아침에 부지런을 떨며 복잡한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신문지에 둘둘 말린 부피 큰 꽃들을 들고 고생하지 않아도 되고,
꽃을 정리하다 보면 나오는 수많은 쓰레기들을 내가 처리하지 않아도 되며,
남편에게 꽃을 사서 퇴근해달라는 낭만을 부.탁.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 모든 건 내가 주문하고, 내가 기분 좋게 포장을 뜯어보며, 화병에 꽂아 오며 가며 기분 좋게 바라보면 된다.
그렇게 손쉽게 꽃을 받아 볼 수 있지만, 예기치 못했던 순간 누군가에게 꽃을 선물 받았을 때의 낭만과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사라진 건 아니더라.
때가되면 한번씩 불쑥 꽃다발을 내밀던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매 순간 낭만을 타령하던 친구가 한번씩 불편해질 때가 있었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나도 그런 낭만을 갈구하게 된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꽃을 주문하는 것도, 기다리는 동안 느끼는 설레임도, 꽃을 손질하는 시간들도 너무 사치처럼 느껴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그런 낭만이 걸리적거리게 된 것이다.
연말이 언제 찾아왔는지, 새해는 어떻게 밝았는지 여전히 시간은 흘렀지만
세상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어디도 나가지 말고 그대로 새해를 맞이 하라고 떠들어 댔다.
그렇게 그냥 가만히 앉아서 한 살을 먹었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아무런 감흥도 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 택배가 하나 도착했다.
얼마만인가?
얼마만에 받아보는 꽃 인가?
상자를 열고 가만히 그 안에 있는 메시지 카드를 읽어보니 뭔가 한번 울컥 올라왔다.
그 마음이,
갑자기 배달된 꽃이 너무 설레고 신나서 행운의 편지처럼 지인 3명에게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꽃선물을 보냈다.
내가 받은 낭만이 그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