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01월 넷째주
IMF시대를 통과했다. 많은 회사들이 무너졌고 취업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을 채용하는 회사들은 꾸준히 있었다.
스펙이라는 개념도 지금보다 얇었다. 스스로 운이 좋았던 케이스라고 생각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십오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가지의 일을 했다.
주변에서는 그 정도의 시간이면 그 업무에서는 전문가라 얘기해줬지만,
절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란 누구나 시간을 투자하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기며 그저 열심히만 했을 뿐이다.
너무 오랫동안 쉼없이 달려왔기에 이제 그만 해도 될 것 같아서 시작했던 쉬는 시간이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길었을 지 몰라도 스스로는 적당했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조바심 같은 건 없었다. 나는 남들과 다르다고 느꼈다.
내가 출산을 했나? 육아를 했나? 나는 스스로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내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다시 현업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다시 일을 시작해보자 마음먹었을 때 나는 이미 경단녀가 되어있었다.
자괴감이 나를 갉아먹어 갈 때쯤, 누군가가 같이 일해보자며 손을 내밀어 줬고, 겁도 없이 그 손을 덜.컥.잡.았.다.
그동안의 경력이라는 게 있으니, 삼년의 시간은 아무것도 아닐 줄 알았다.
3년은 강산도 변하지 않은 시간 아닌가? 일이라는 게 달라져 봤자 거기서 거기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확신과 오만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두드려 맞고있다.
모든게 셋업되어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만을 반복해왔던 회사와는 다르게, 나는 스타트업에 발을 딛었고, 그것부터 잘못이었던 거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현재도 나는 방황중이다.
스스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느끼지만, 절대 잘한다고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스타트업 회사는 세상보다 두배는 더 빠르게 흘러간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반나절 후의 상황을 절대 예측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고 위축되는 느낌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 멋진 커리어우먼의 느낌으로 모든걸 척척 해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내 앞에 놓여있는 작은 턱 하나도 스스로 넘지 못하는 유아기의 시절도 돌아간 듯한 느낌이다.
스스로를 위한 투자라고 여겼던 3년이라는 시간은,
사실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있고 주변은 엄청난 속도로 달아나버린 느낌이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쫓아가면 되는데, 나는 고새 너무 늙고 지쳤다.
하아……
허들을 뛰어 넘어야 하는데, 도움닫기 하는 법을 모르는 이 기분.
오늘도 나는 잠을 설친다.
(마음이 울적하여, 브로콜리너마저의 유자차를 듣다가 적어보는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