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에 대하여

21년02월 둘째주

by 수기


오래전부터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러나 글을 쓴다는 건 너무 어렵고 대단해 보였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모든 걸 제쳐 두고 하루 종일 글 쓰는 작업에만 몰두해야만 등단할 수 있고, 등단을 해서 작가라 불릴 수 있어야만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몇 년 전,

‘최민석’작가를 알게 됐다.

그는 에세이를 쓰기 위하여 작가가 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그 누구도 시키지도 않았던 에세이를 일주일에 한 편씩 그의 블로그에 올리고, 그 글을 묶어서 출판을 하게 됐는데 그 책이 ‘꽈배기의 맛’이다. 이 책에서 그는 매주 금요일 저녁 6시를 스스로 마감시간으로 정하고 그걸 지키기 위하여 노력했다고 적었다.

사실, 나는 그 당시에 그의 블로그를 알던 시절이 아니므로 이년 동안 그 마감을 어긴 적이 단 한번도 없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본인이 이렇게 책에다가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은거 보면 어겨봤다 한 두번 정도일 것 같다.


아무튼, 나라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쉽게 포기하기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걸 잘 못하는 사람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마음 깊은곳에서 작은 울림이 꿈틀거린다.

그것은 바로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허무맹랑한 생각이다.

나라는 사람은 그런 허무맹랑한 생각과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뛰어난 추진력으로 무언가 시작하는걸 굉.장.히. 잘한다.

그리고 쉽게 시작한 일들 중 역시나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없어지는 일들이 좀 많다.

이 브런치 역시도,

처음 브런치에 작가를 신청했던 건 전원주택에서의 일년을 좀 제대로 기재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곳에서의 삶이 그다지 스펙타클 하지 못하여 쓸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었다.

이웃들과의 교류가 엄청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그들 모두 나와 비슷하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패턴이라 사실 얼굴 볼일이 많이 없다.)

내가 집에 머물면서 집을 예쁘게 꾸민다던지, ‘리틀포레스트’의 김태리처럼 농사를 지어서 예쁘게 밥을 차려먹는다던지 그런 삶을 사는게 아니다 보니

정말 글로 쓸 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 그래서 몇 편의 글을 쓰고 그 매거진은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올해 일은 바쁘지만 그래도 다시 도전의식을 갖고 ‘일주일에 한편 씩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에세이를 올려보자’라고 마음 먹고 시도를 한

이 매거진 역시도 사실 이렇게 위태롭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주에 한 번 빼먹었다는 말이다)


주변에서 비춰지는 나라는 사람은,

의외지만 꾸준함의 대명사이다.

운동을 시작하면 기본 1년 이상은 하고, 무언가를 배운다고 학원을 등록해도 1년은 다닌다.

그리고 다니는 그 기간동안 절대 결석하지 않는 걸로 유명하다.

한번 빠지면, 그 다음에 빠지는 건 더욱 쉽기 때문에 스스로 그런 빌미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 편인데,

지금 이 작업은 내가 아는 누군가에게 알리고, 이것 좀 와서 구독해 주세요 라고 홍보하지 않아서 그런지 자꾸만 게을러 지는 것 같다.


새해가 밝았다.

구정도 지났으니 이젠 정말 돌이킬 수 없는 2021년이다.

올해 내가 무슨 일들을 계획적으로 해낼런지는 절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근후 부엌 식탁에 앉아서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는 형태의 글을 작게라도 매일 쓰다보면, 내가 원했던 작은 결과물은 나오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내가 동경하고 곁에두고 자주 읽는 작가들도, 사실은 그렇게 작은일부터 시작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일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