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나니,
그동안 친구라는 사람이 몇 명인가를 헤아기리 위하여 때가되면 연락하고 만나오던 관계들을
스스로의 노력하에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걸 알게됐다.
때가 되면 의무적으로 만나곤 하던 관계들
핫하다는 곳을 찾아 방문하여 보여줄이도 없는 인증샷을 찍고, 쉴새없이 떠들어대던 시간을 끝내고
헤어져 집으로 돌아가는 길엔 아쉬움보다 안도감이
'어서 빨리 집으로 들어가 씻고 시원하게 맥주나 한잔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만남들을 더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관계에 더이상 신경쓰지 않으니 일상이 훨씬 가벼워졌다.
퇴근후엔 자연스럽게 운동을 가는 횟수가 늘었고,
주말엔 늘어지게 늦잠을 자다 일어나 대충 옷을 걸치곤 동네 카페에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시작하는 하루가 다가올 한주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비싸고 맛있는 음식과 술역시 돈걱정 하지 않고 혼자서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까지 생겼다.
그런 상태에서 새로운 직장을 다니다 보니
예전엔 항상 어렵다고만 느꼈던 감정을 배제한 채 일만을 위한 관계를 형성하는게 훨씬 쉬워졌다.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이지
이곳을 퇴사하고 나면 더이상 얼굴볼 일은 없는 사람들. 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하자
그들과의 친분이 부럽지 않았고, 그들의 관계속으로 더이상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가끔 서로에게 상처받고, 상처를 주기도 하며 감정적으로 얽히는 그들이 어떨땐 안타까워 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결국 남인데
친구도 가족도 아닌 관계인데
언제까지 유지가 될지도 모르는 관계인데
왜 그토록 친분쌓기에 혈안이 되어있을까?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게되니, 예전엔 보이지 않던 장면들이 보이고 감정이 읽히기 시작했다.
그즈음
남편에게 그런 말을 하곤했다.
"예전에 회사에서 자기를 봤을땐, 왜 친구도 없이 혼자서 고립되어 아싸의 삶을 살까?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어. 집단에 소속이 되면 흔히 정보라 일컫는 가십거리들을 누구보다 빨리 캐치하는게 나는 내가 그 집단안에서는 어느정도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그들과의 관계에 그렇게 집착하고 목을 멨었던 것 같아.
근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니 결국 그런 가십들은 그냥 들어도 그만 안들어도 그만인 말들이었고,
그런 소문들을 옮기는 사람들 자체가 나중엔 결국 좋은 평판을 받지는 못하더라.
지나고 보니 그런게 보이더라.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이구나.
결국엔 그곳을 떠나오니 내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건 커리어. 뿐이라는게"
뭐가 정답인진 모른다.
나 역시도 아직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고
조금 더 지나면 외로움의 터널로 들어가 새로운 관계맺기를 열망하게 될지도
그러나 지금
조용히 고립되어 산골속에서 삶을 살아가듯
관계역시도 최소한을 유지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가장 마음이 편안한 상태라는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