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좋아요1

by 수기

그랬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의 연락처가 최근 통화목록에 즐비하고

평일이고 주말이고 하루걸러는 친구들과 저녁약속이 있었던 날들

만나면 시끄럽게 떠들고 얼큰하게 취해서 헤어지곤

막차에 몸을 실고 머나먼 집으로 돌아가는게 일상이었던 날들

연애를 시작하면

내 연인은 내 친구들의 연인도 되는듯, 모두 함께 어울리는 시간들이 많았던 날들


그 시간들을 통과하고 나니

가벼워진 통장잔고와 반비례하게 늘어난 체중

그리고

이젠 통화목록엔 회사 업무전화만이 가득한

나이가 되었다


언제부터

무슨 연유에서인지 잘 모르겠으나

한때 모든것을 공유했던 친구들과 거리가 생겼다.

물론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발생된 물리적 거리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고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나는 그들의 틈에 끼기엔 조금 애매한 대상이 되었다.

전업주부가 대다수인 내 친구들은 나이는 차고, 시집은 가지 않고 일만 하는 나보다 먼저 가정을 꾸리면서

나보다 우위를 점했다는 걸 숨기지 않았고

내가 가정을 꾸리고, 딩크를 선언하면서 영영 함께하기 이상한 종족이라 생각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만나면 나오는 시댁욕과 남편의 험담, 세상에서 모든걸 다 가진 내 아이라는 키워드들을 나는 공감할 수 없었고, 거기에서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제라던가

생각보다 아직 행복하게 지내는 신혼의 달콤함을 주저리기엔 우리의 공감대는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리고 그 공허함이 생각보다 크게 마음속에 자리잡았다.

나는 내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왜 없을까?

내 스스로 이상한 사람인걸까?

나는 외롭구나. 인생을 잘못 살았나 보다.

라는 자괴감이 나를 갉아먹어 갈수록 새로운 친구에 대한 갈망이 심해졌다.


그때 열심히 메달렸던 관계가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는 공통적인 관심사도 있고

생활전반의 사이클도 비슷했고

그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나와 함께 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들과 열심히 어울렸다.

아침에 오면 티타임

점심엔 같이 맛집을 탐방하고 식후엔 커피 한잔을 들고 산책하며 일상들을 얘기하고

주말엔 같이 만나서 등산도 가고, 맛집도 가고

심지어 어떤날은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들이 내 오랜시절 친구들이 떠난 자리를 완.벽.히. 메워줄거라 생각하며 그들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퇴사를 했다.

퇴사 초반엔 매일의 일상처럼 메신저를 나눴고

일정을 잡아 같이 점심을 먹기도 하고, 주말에 만나서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직장상사에 대한 험담들을 변함없이 공유했다.

그러나 그런 시간들도 시간이 점차 흘러감에 따라 힘들어졌다.

나를 대신해 온 사람과 그들은 이전의 나처럼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을테니 내가 그곳에 비집고 들어갈 여유는 없었다.

서운하지 않았다.

그 즈음 나 역시도 과거의 한 시점에 머물러져있는 대화에 대해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했으므로,

나는 퇴사를 해서 시간이 흘러 다른 조직에 소속되어 있는데

여전히 몇 년전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때의 설명할 수 없는 괴리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스스로 인정했다.

나는 친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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