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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오미 Apr 08. 2024

집은 각자 1인 1방이지

남편까지도.

우리집은 남편, 나, 고딩 딸, 이렇게 세 식구다. 그리고 구축 아파트에 방은 세 개다. 5년전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왔다.


현관 바로 앞은 남편방이다. 컴퓨터 책상이 있고, 드라마가 돌아가는 큰 모니터 하나, 게임이 돌아가는 작은 모니터 하나, 잘 때 보면서 자는 아이패드가 있다.


그리고 남편은 식물과 물고기 키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방에 각종 식물들과 물고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잠도 거기서 잔다.


남편은 잠귀가 몹시 밝아 예민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다. 나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서로 생체리듬이 맞질 않는다. 그래서 서로의 숙면을 위해 따로 잔다.


뭐 '자고로 부부가 떨어져 자면 안된다'느니 이런 말은 넣어두시라. 누구보다 화기애애하게 잘 살고 있수다.


내 방은 안방이다. 킹사이즈 침대가 있고, 장농, 책상이 있다. 안방에 TV가 있긴 하지만, 거의 잘 쓰지 않는다. 비상용으로 구비해 놓았다. 밤에 잠잘때, 화장실 쓸 때, 옷갈아 입을때 안방에 들어간다.


나의 주 서식처는 거실에 있는 내 데스커 모션 데스크이다. 너무 의자에서 안일어나서 종종 일어나보려고 샀는데 아주 큰 용기를 내야 책상이 올라간다. 거실에서 공부방을 운영하기 때문에 여기에 주로 상주해 있다. 


내 책상에도 역시 큰 모니터 하나, 노트북 하나가 있다. 자고로 모니터는 두 대는 되어야 답답하지 아니하다. 모니터 두 개 쓰다가 하나로는 절대로 못돌아간다.


공부방을 안할때, 안방 책상에 노트북과 모니터 세팅을 해놨었다. 그랬더니 맨날 안방벽만 쳐다보고 살고 있는게 아닌가, 이 넓은 집을 놔두고.


지금은 거실과 주방의 경계 사이에 앉아서 거실 전체와 바깥창을 바라보는 구조(베란다 확장을 했다)인데, 이 자리가 너무 마음에 든다. 만약 앞으로 공부방을 안한다고 해도, 나는 이자리를 고수할 것 같다.


고딩 딸의 방은 안방 맞은편 방인데, 베란다 확장을 해서 이 방이 우리집에서 제일 크다. 딸 방에도 책상에 큰 모니터 하나, 작은 모니터 하나, 책상밑에는 데스크탑이 있다. 


그리고 내가 데스커 모션 데스크를 사면서 내가 거실에서 메인으로 쓰던 일룸 책상은 버리기 아까워 딸 방에 또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그랬더니 요새는 모니터가 없는 이 책상에서 주로 공부를 한다.


내가 물건 싹~잘버리기로 유명한데 아이가 초등입학 하면서 샀던 이 일룸 책상은 바퀴가 달린데다 단종이 되어 더이상 구하기가 어려운 희귀템이다. 그래서 차마 버리질 못하겠어서 계속 가지고 있다.


이렇게 각자 공간에서 지내다가 밥시간이 되면 거실에 모여 거실TV로 유튜브를 함께 보며 밥을 먹고, 종종 간식을 먹으며 티타임을 가진다.


보통의 집 구조들이 주방에 식탁이 있는데, 우리집은 부엌에 식탁이 없다. TV없이 밥을 먹다니...상상할 수 없다. 우리는 함께 유튜브나 TV프로그램을 보며 낄낄대고 웃으며 함께 밥을 먹는다. 


보통 각자가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당연히 취향이 다르다.


밥먹을때는 모두가 만족할만한 채널을 하나로 맞춰본 결과,남편이 주로 보는 백종원 채널을 틀어놓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땐 예능프로를 튼다.(그리고 나는 원래 먹방은 보지 않는다) 딸은 또 딸만의 유튜브 취향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예능을 틀면 셋이 밥먹는데 너무 정신없이 시끄러워 하고, 또 각자 유머코드가 달라서 저사람이 웃긴건 내가 재미없고, 이사람이 웃겨 하는건 또 다른 사람이 재미없어 한다. 


혹시 이런 문제에 직면한 가족들에게는 이럴때 그냥 백종원님 유튜브를 무난하게 추천한다. 백종원님이 시장찾아 다니며 드시는거랑, 해외찾아 다니면서 드시는거 보면 된다.


나도 먹방은 안좋아하지만, 이렇게 색다른 곳을 구경하는 재미가 섞이니 나름 볼만하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백종원님의 빽라면으로 라면컨테스트 하는걸 보면서 밥을 먹었다.


주말에는 식사시간이 각자 다르다.


남편은 새벽같이 일어나기 때문에 아침을 먹는다. 두 번째로 딸이 거의 비슷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둘은 같이 아침을 먹을때가 많다.둘은 일찍 자고 일찍일어나는 얼리버드파다.


나는 평생 오후에 일하는 강사로 살아온, 야행성 부엉부엉 부엉이로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조금 먹는다. 그러고 한 두시간 후면 남편이 또 점심을 먹어야 된다고 한다. 난 간단한 브런치를 먹었기 때문에 같이 점심먹을 배가 남아있다. 그럼 함께 점심을 먹는다.


남편이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기 때문에 가능한 스케줄이다.


5년전 이사올 때, 이삿짐센터 아저씨께서 남편방을 정리할 때 내게 물었다. "여기 혹시 큰 아들이 썼던 방이에요?"


"아니요, 여긴 남편방이에요" 


집에서 각자의 공간, 각자의 굴을 절대 지켜줍시다. 특히 내향인이라면 말이죠.


단, 모일때는 두말없이 모여야합니다. :)


이렇게 글만보면 서로 정없이 각자플레이만 할 것 같지만, 저희 남편은 집앞 편의점에 갈때도 온가족이 같이 가는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함께'를 좋아하지요.


가정들마다 서로 스타일이 다르니 우리 가족에 잘 맞는 스타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은 가정마다 다 다르겠지요.


저희집 스타일은 '따로' 그리고 '또 같이' 이고, 오늘도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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