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점포는 감이 아니라 과학이다
"박사님! 을지로3가역 소위 '힙지로' 메인 거리에 실평수 30평짜리 자리가 났어요. 원래 권리금이 2억이었는데, 이번에 급매로 1억, 딱 반토막에 나왔답니다. 이거 지금 계약금 안 넣으면 바로 나간대요. 박사님 의견만 듣고 바로 입금하러 갈 겁니다."
사무실 문을 급하게 열고 들어온 박 이사님의 얼굴엔 흥분과 초조함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25년간 인사(HR) 업무를 담당하며 상무 이사까지 지낸, 그야말로 '인재 관리의 달인'이었습니다.
퇴직 후 은퇴 자금 4억 원을 들고 지난 6개월간 서울 전역을 샅샅이 뒤지던 그녀가 마침내 '일생일대의 기회'를 찾았다며 달려온 것이죠. 12월의 시린 바람을 뚫고 오느라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그녀는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해진 건축물대장을 꺼내려 했습니다.
저는 그 손을 정중하지만 아주 단호하게 제지했습니다. "이사님, 서류는 잠시 넣어두시죠. 입지 분석보다 더 중요한 걸 여쭤봐야겠습니다." 명색이 37년 경력의 상권분석 전문가를 찾아왔는데, 도면도 안 보고 질문부터 하겠다니 박 이사님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저는 흔들리는 그분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세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사님, 오늘 처음 본 낯선 사람 100명에게 먼저 다가가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할 수 있습니까?"
"술 취한 손님이 무례하게 반말을 하고 욕을 해도, 5분 뒤에 들어온 다음 손님에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미소'를 지을 멘탈이 있으신가요?"
"하루 12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제때 못 가고 다리가 퉁퉁 붓도록 서 있을 체력이 정말 되십니까?"
박 이사님은 순간 얼어붙었습니다. 25년간 기업의 시스템 안에서 '사람을 평가'하고 '관리'하던 분입니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회의를 주도하고, 후배들의 보고를 받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녀에게, 불특정 다수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받아내고 육체적 고통을 견뎌야 하는 자영업 현장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전쟁터'였기 때문입니다.
대박 자리를 찾는 조바심을 잠시 멈추고, 9단계 점포 개발의 첫걸음인 나라는 사람의 사장 자질부터 냉정하게 점검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