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도 괜찮다.
어떤 포기도 실패는 아니다.
오래된 테이프를 뜯어낸 흔적처럼 끈적하게 붙어 남는 미련을 닦아 내버리는 단호한 포기는 존중받아야 한다.
온 마음 쏟아, 쉽게 거둬지지 않고 진득하게 남아 붙어 있던 남은 애정을 드디어 지워내 버리기에 다다른 확신에 찬 포기는, 그것으로 하나의 성공이라 해도 좋다.
그러니 우리 이제, 마침내 포기하기에 이르렀다면, 포기에 성공했다거나, 훌륭히 포기했다 하자.
더는 포기를 실패라고 하지 말자.
나는 그런 부탁을 하고 싶은 거야.
자신의 사정을 조금 더 배려 해 줘.
남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했을 수도 있고,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어.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급하게 생긴 어떤 일로 집중력이 흐트러졌을지도 모르고, 더 다정했던 까닭에 말할 수 없었던 많은 불편함을 조용히 견뎌내야 했을지도 몰라.
그러니 잘 안된건, 잘못이 아니야.
결과로 따지며, 스스로를 냉정하게 보려 할 필요는 없어.
자신의 사정을, 감정도 충분히 고려해주는 게 좋아.
그리고서 할만큼, 그 입장에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들면, 그 모든 사정에도 애썻던 자신을 이제는 칭찬하자.
기대해도 괜찮아.
훌륭하게 포기할 결심은 또 다른 순간을 낳을테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