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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moiyaru Jul 16. 2024

목이 없는 고양이




는 FAKE.


(미안해요, 많이 놀랐죠?)





실상은, 그저 잠에 취해버린 고양이.



신나게 뛰어다니다 어느새 조용해진 거실을 바라보니 소파 위에 사람처럼 배를 발랑 까뒤집고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 집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번진다. 이날 처음으로 집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고양이는 지쳐있는 나에게 무해한 웃음을 주는 특별한 존재이다. 

아무런 의도성이 없는 그 무해함에 기인한 행동과 자세들은 굉장히 엉뚱하면서도 자유롭다.

나에겐 행복감을 준다. 여러 가지 일들로 복잡한 머리를 단순하게 만들어준다.


집사는 남들 눈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대로, 가장 자신답게 살아가면서 사랑받는 고고하고 당당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며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꼿꼿한 고양이의 자존감은 가히 높이 살만한 것 같다. 어쩌면, 자기를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배워야 할 점일지도 모르겠다.






마치, "나도 내가 귀여운 거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과 제스처.



내 눈에 가장 귀여운 생명체. 나의 고양이 꾸꾸.

사람은 무엇이든 함께한 시간과 거기에 공들인 시간과 에너지가 애정과 함께 비례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꾸꾸와 함께한 시간이 1년이 흘렀고, 그 사이 우리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지고 서로를 향한 애정도 더 커졌다. 이제는 함께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당연해져 버렸으며, 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기로 결심하기까지 나는 꽤나 오랜 시간 고민을 했었다. 

그때 느꼈던 생명을 돌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막연함, 책임감을 아직도 나는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판단을 내린 시기는 꾸꾸를 누군가에게 입양을 보내거나 내가 맡아 키우거나 하나의 선택지를 선택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첫 발견당시 생후 2개월 차였던 꾸꾸가 입양을 가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 전에 보내야 되었다. 어리면 어릴수록 새로운 공간에 대한 적응력이 높아 입양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꾸꾸는 발견 직후 링웜이라는 피부병을 앓고 있었고,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 3개월을 꼬박 보내고 나니 입양홍보를 하고 보낼 수 있는 시기가 1달 남짓했다. 그 사이 입양홍보글을 보고 연락이 온 몇 분이 있었는데 그때 왔다 갔다 하던 내 마음에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이 세상에 나보다 고양이에 대해 알고, 케어할 사람은 없다.'는 생각이었고,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도 있었다.





그런 내 마음에 응해주듯 무럭무럭 잘 크고 있는 꾸꾸는 초반에 링웜으로 인해 병원치료를 받은 것 외에는 아픈 곳 하나 없이 무탈하게 잘 크고 있다. 자식이 아프지 않은 게 부모한테는 큰 복이라더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나 역시 꾸꾸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처럼 그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아프지만 말아다오이다.ㅎㅎ


내 인생에 반려동물은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집사가 되었던 것처럼 인생의 변화는 예상치 못한 시기에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두렵고 무섭기도 하지만 두려워만 하기보다는 주어진 일에서 의미를 찾고 책임감을 갖고 임하다 보면 처음에는 힘들 수 있어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큰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며 인생을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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