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여행가방 엿보기

튀니지와 시칠리아 여행기

by 신순영

나는 다른 사람의 여행 가방 속이 궁금하다.

가방이 커도 궁금하고 가방이 작으면 더 궁금하다.

한 번은 도미토리에 어떤 친구가 엄청나게 큰 배낭을 들고 들어왔는데 (대략 60리터는 되어 보였다) 대부분이 옷이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나의 첫 배낭여행지는 터키였다.

말 그대로 배낭을 메고 다녔다.

40리터 배낭에 크로스백 하나, 커다란 dsl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녔다.

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힘들어질 즈음 배낭을 기내용 캐리어로 바꾸고 보조배낭을 메고 다녔다.

기내용 캐리어에 작은 배낭 하나면 사실 거의 무적이다. 어느 계절 어느 곳을 방문해도 커버가 가능하다.

이번에는 그 캐리어를 버리기로 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것이 힘들어진 탓도 있지만 가능하면 아주 최소로 짐을 꾸려보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면 작은 배낭 하나면 되겠지만 그림을 그린답시고 꾸려가야 할 짐들이 소소하게 많아 배낭 하나가 더 필요했다.

이번 나의 여행지는 튀니지와 시칠리아로 총 51일의 일정이다.

남쪽이긴 해도 12월 초까지 해야 하는 여행인지라 어느 정도 추위에 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두 개의 배낭에 짐을 쌌다.

큰 배낭


옷을 넣은 파우치- 긴팔 2개, 반팔 1개, 민소매티 1개, 히트텍 한 벌, 바지 1개, 치마바지 1개, 잠옷 바지 1개, 경량 패딩 1개, 속옷 2개, 양말 2개, 종아리 울 토시가 들어있다.

여기에 바지에 반팔 티, 긴팔 난방, 바람막이를 입고 출발한다.


실내용 슬리퍼

화장품 파우치- 작은 샘플용 화장품과 라벤더 오일, 로즈 오일, 바셀린, 헤어 에센스, 비상용 약, 밴드, 손톱깎이 등이 들어있다.

보조배터리와 충전기

샴푸, 린스, 클렌징 올인원 비누 1개

고체 치약

마스크팩 4개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비타민

스카프 한 개


작은 배낭


드로잉북 2개

여행용 스케치북 1개

휴대용 물감

색연필과 펜

휴대용 붓 케이스

물통

우산

작은 파우치- 지우개, 집게, 작은 가위, 풀, 헤어롤 2개

골프공- 발바닥 마사지 용도


그림과 관련해서 이번 나의 목표는 스케치북 한 권을 물감만 이용해서 망쳐오기다.

말 그대로 망치는 것이 목표이다.

나는 망치는 것이 너무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망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작은 드로잉북은 평소처럼 여행 기록용.

그리고 나머지 한 권은 실험 용이다.

뭘로 채워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어쩌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그래도 여행은 하고 올 테니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떠나는 순간에는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아주 가볍게

떠나고 싶다.

버리고 비우고 가볍게 해야 하는 것은 가방뿐만이 아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이 늘 가장 중요한 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