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커피

-호숫가 작은 구옥카페 충주 구옥날다

by 도시소묘

카페는 고요했다.

그리고, 호수 맨 앞에 자리 잡고선 고요한 안개를 머금고 있었다.

초여름의 무거운 공기 속을 가르며 호숫가를 걷던 우리는 끊어진 길을 돌아 카페로 발길을 향했다. 비 내린 여름 숲의 열기는 카페를 열망하게 만들었다. 구옥을 개조한 듯 낮은 담벼락, 그 아래에 몽글몽글 자리한 수국, 툇마루에 눈을 감고 누운 고양이. 그들은 카페에 다정함을 더했다. 작은 정원을 더 둘러보려는 찰나 후드득 비가 떨어진다. 처마 밑에 잠시 머물렀다 이내 서둘러 카페 문을 연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상쾌함으로 반긴다.

“뜨아 주세요! 진하게”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무더운 날에는 더 뜨거운 커피로 맞불을 놓는다. 그 뜨거운 숨결로 여름에 대적하려는 듯.

주변을 둘러보다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한다. 그제야 카페에 먼저 도착한 다른 일행들이 자리 잡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커다랗고 긴 테이블에 함께 앉아 얼굴을 마주한 그들이 반갑다. 폭염 속에 서서 양손 가득 뜨거운 커피를 부여잡고 바라보는 카페 풍경은 내게 과장법을 쓰라 종용한다. 손에서 온몸으로 전달되는 커피의 쾌적한 온기는 우리의 대화를 복잡한 업무와 일상에서 한 발짝 멀어지도록 돕는다.

“아침에도 커피를 진하게 마시는구나, 커피를 정말 좋아하나 봐.”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몰랐네”

“비 오는 날 카페는 고요해서 좋아”

그렇게 커피를 마시며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것들에 관한 대화가 시작된다.


전날 오후 우리는 함께 단체 여행을 떠났다.

기다리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그 여름방학의 첫날을 오늘 함께한다. 하루하루 치열한 시간을 함께 나누던 우리가 고대하던 달콤한 휴식의 첫날 그 아침을 함께 맞이한다는 것은 상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조금은 서먹하고 조금은 설레는 걸음으로 빨간색 커다란 버스에 올랐다. 일의 공간을 벗어난 우리는 낮은 재잘거림으로 수정하지 않은 소설의 첫 행을 맞이했다. 그렇게 낯선 길을 돌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그리고 색다른 풍경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만났다. 어디서부터 이 소설을 써나가야 할지 몰랐지만 우리 앞에 놓인 따뜻한 카페가 있어 안심되었다.


이른 아침 카페에서 나누는 대화는 일을 하며 만난 사이에 행간을 넓히고 자간을 두는 일을 가능하게 했다. 일과는 관련 없는 대화가 상대를 더 가깝게 느끼도록 돕는다. 그리고 일로써 밀착된 마음에 쉼표를 두어 적당한 거리를 재설정하도록 했다. 서로의 마음에 여백을 확인하여 거기에 깃든 소소한 안부를 묻고, 단을 나누어 양념 같은 그림을 첨부하여 마음속에 저장하게 만드는 작업을 하게 한다. 그 작업은 간간이 서로가 힘이 들 때 꺼내어 미리보기로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


취향껏 주문한 커피 한잔, 화장기 없는 얼굴로 맞이한 이른 아침의 카페, 목적지 없는 산책, 말끔하게 씻어내린 얼굴, 잠옷을 입은 말간 모습, 이불을 덮은 채 나누는 가벼운 대화.


일상적인 것들을 함께한다는 것. 그것만큼 소중한 경험이 있을까?


평범한 것을 함께 해 본 사이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상이 기대된다.
삶은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서로를 기대고 서 있는 다리의 아치처럼 연결되고 지지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침 커피는 나에게 늘 그 따뜻함으로 각성과 위로와 휴식을 선물하는 존재다. 그러나 그 맛이 기억과 연결되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며 궁극적으로 ‘뭉클하다’라는 감정으로 승화되는 과정의 경험은 흔하지 않다.

함께한 그날 아침의 커피는 마치, 하교 종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도망치려는 듯 뒷문 앞에 서서 달리기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학생과 같은 모습이었던 나를 각성시켰다. 이제 그들과 앞으로 올 시간을 즐겨보려 한다.

오늘 아침의 이 뭉클한 커피를 받아 든 나를 응시한다.


“뭉클한 이 시간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