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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시소묘 Jun 23. 2023

우리 동네 양자역학

공원옆 작은 카페_양자 커피 랩

 공원과 카페 그리고 도시  



동네는 커다란 운동장이 있는 공원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원에서 사람들은 가벼운 운동을 위해 함께 걷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각종 스포츠를 즐기고, 주말이면 간소한 캠핑 도구를 챙겨 나와 나무 그늘 아래 자리 잡는다. 아가들은 아장아장 걸음마를 연습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모여 행복한 생일파티를 연다. 비가 올 땐 빗소리를 듣기도 하고 눈이 올 땐 눈 내리는 소리를 듣는 곳이다. 그러다 어느 날은 마을 축제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여름에는 수영장이 되고 겨울에는 눈썰매장이 된다. 도심 속 공원은 그렇게 숨 쉴 공간을 내어준다.


 공원 둘레를 걷다 보면 작은 카페 ‘양자 커피 랩’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발견되는 카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기 마련이다. ‘양자 커피 랩’은 공원 옆 카페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건물 한켠에 자리 잡고 있다. 흰색과 검은색을 간소하게 두른 그 카페는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리스타 공간을 제외하면 한 두 명 정도 서 있기가 가능한 크기의 규모다. 실내에 둘러앉을 테이블은 없지만, 날씨가 좋은 날은 테이블도 없는 가게 옆 계단에 자유로이 걸터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공원을 산책하다 카페를 발견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계단에 앉은 사람들 덕분에 카페는 밖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창을 가진다.


그들은 마치 실내에 앉은 양 거리를 바라보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그런 모습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맛있는 커피 여기 있어요.’라며.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단연코 질 좋고 맛있는 커피다. 사실 ‘양자 커피 랩’은 겉모습은 작아 보여도 블랜딩도 로스팅도 직접 하는 전문 로스팅 카페다. 커피랩이라는 이름처럼 카페 내부는 실험실 같은 분위기의 도구들로 가득하다. 카페 문이 닫힌 어느 날, ‘납품 회의로 일본 출장을 떠나게 되어 일주일간 문을 닫는다.’는 문구가 내걸린 것을 본 적이 있다. 겉으로 보기에 작은 몸집이지만 원대한 포부를 가진 아기 금붕어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는 장소의 넓이에 따라 성장하는 정도가 달라지는 금붕어처럼.

 주위가 모두 복층구조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으로 둘러싸여 있기에 ‘양자 커피 랩’은 더 작아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세련된 멋에 익숙함마저 겸비한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즐비한 거리에 낡은 벽돌집 한켠을 차지한 카페를 사랑한다.


 이른 아침, 작은 덧창을 열며 카페는 영업을 시작한다. 카페 근처 직장인들이 아침 출근길에 점심 식사 후 산책길에 그리고 저녁 퇴근길에 애용한다. 그리고 주말 나들이를 떠날 때 들러 커피와 김밥을 사서 출발하기도 한다. 커피를 주로 판매하지만 김밥과 샌드위치도 소량 판매하고 있다. 커피를 사려다가도 매번 김밥이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운이 좋은 날은 커피 한잔과 두 줄의 김밥을 사들고 공원 벤치에 자리 잡는다.

 공원 둘레를 걷다가 사람들은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선다. 속도는 줄이고 마음은 열린다. 걷다가 만나는 풍경은 차를 타고 달리다 만나는 풍경과 사뭇 다르다.


일상을 비일상적 공간으로 만드는 것은 카페의 역할이다.


 지루한 일상 속을 걷다가도 한잔의 커피가 만들어주는 비일상적인 시간을 사랑한다. 그것이 공원옆 작은 카페가 주는 선물이다. 작은 카페는 느리게 걷는다.  함께 속도를 맞춰 걸어본다. 그리고 바라본다. 그렇게 작은 카페의 관찰자(observer effect)가 된다.

 공원 옆 작은 카페

‘안녕, 내일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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