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기 연습

by 전온유

"이렇게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내담자분과 한 시간 상담을 마치고 인사를 나누던 순간, 그분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저는 그 60분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때로는 한숨을,

“아… 그러셨군요” 하고 조용히 공감의 음성을 내쉬는 정도였습니다.

몇 마디 질문을 드린 것이 전부였지요.

그래서였을까요. 제가 혹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건 아닌지 조심스럽게 여쭈었는데,

그분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들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우리는 과연,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걸까요?

생각이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소리는 귀로 들리지만, 이야기는 마음으로 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듣는 일은 그냥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제가 모스 부호를 배울 때가 떠올랐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모든 신호가 그저 비슷한 "띠띠–"의 연속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나니,

그 소리들은 점과 선들로 이루어진 각기 다른 의미의 소리들로 구별되어 들리기 시작했죠.

말을 듣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상대의 말을 듣는다는 건

단순히 소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닐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것이지요.

소리가 아닌 이야기는

말하는 이의 감정과 생각, 열망과 욕구, 그리고 기억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듣기 위해서

우리 모두에게는 ‘듣기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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