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처럼 풀어가기
인간관계에서 갈등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있으면 갈등은 자연스럽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혼자라면 갈등이 없을까요? 오히려 스스로와의 내면적 갈등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결국 갈등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와 같습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고,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신념과 가치관 역시 다르기 때문에, 서로의 차이는 필연적입니다. 부부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결혼식 주례사에서 흔히 들었던 "부부는 일심동체"라는 말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결코 완벽하게 하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점점 더 분명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이심이체, 그리고 갈등의 당연함
사실 부부든 친구든, 혹은 가족이든 우리는 이심이체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개의 독립된 존재가 만나 사는 것이죠. 의견 차이와 다툼, 그리고 불편함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고 해서 그것이 잘못된 것처럼 여기기보다는, 이러한 갈등이 오히려 정상적인 관계의 일부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갈등을 대할 때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입니다. 갈등이 생기면 즉시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리려는 경향이 있죠. "네가 변하면, 우리의 문제가 해결될 거야"라는 생각에 빠지기 쉽습니다. 문제를 상대방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순간, 갈등은 더 깊어질 뿐입니다.
갈등의 유래: 갈나무와 등나무 이야기
여기서 '갈등'이라는 단어의 상징적 유래를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갈등의 본질을 잘 설명해줍니다.
어느 마을에 약초꾼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산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채집하던 중, 매우 신기한 나무를 발견했습니다. 몸통은 하나인데 여러 갈래의 가지가 꽈배기처럼 꼬여있었죠. 호기심이 발동한 약초꾼은 그 나무의 뿌리를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땅을 파서 뿌리를 본 순간,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나의 나무가 아니라 두 그루의 나무가 서로 얽혀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갈나무(칡나무), 또 하나는 등나무였습니다. 갈나무는 오른쪽으로 돌며 자라고, 등나무는 왼쪽으로 돌며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두 나무는 같은 땅에서 만났고, 각자의 방향으로 올라가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꽈배기처럼 복잡하게 꼬여 자란 것이었습니다.
약초꾼은 이 나무들을 보고, "이거 우리 동네 김 씨와 이 씨 같군"이라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그 마을의 김 씨와 이 씨는 오랜 앙숙으로, 서로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사이였습니다.
그렇게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갈나무와 등나무처럼 꼬였다'고 표현하기 시작했고, 이 말이 '갈등'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갈등을 풀기 위한 '갈대' 전략
이처럼 얽히고설킨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갈대 전략'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갈대 같은 사람'이라는 표현이 주로 변덕스럽거나 우유부단한 사람을 가리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지만, 사실 갈대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갈대의 꽃말은 ‘끈기’와 ‘지혜’입니다. 이 두 가지는 갈등을 풀어내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지혜: 자신의 주장에서 벗어나기
갈등이 얽힐수록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더욱 고수하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갈대의 지혜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됩니다. 심리학에서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박 효과는 배가 정박할 때 닻줄에 의해 움직이지 않듯이 사람들이 처음 접한 정보나 자신의 초기 생각에 고정되어, 이를 바꾸기 어려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역시 무언가에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보아야 합니다. 나의 생각이 옳다고만 믿는다면 갈등은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갈대처럼 유연하게 생각을 열어두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고정된 입장에서 잠시 벗어나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생겨납니다.
끈기: 천천히 풀어가는 인내심
갈등은 한 번에 풀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엉킨 실타래처럼, 인간관계 역시 한 가닥씩 인내심을 가지고 풀어야 합니다. 휴대전화 이어폰 줄도 가방 속에서 엉켜있으면 풀기 어렵고, 천천히 한 가닥씩 풀어 사용하지 않습니까. 얽힌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좌절하기 쉽고, 상대방에게 실망하게 됩니다.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인내심과 끈기를 가지고 천천히 관계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흔들리더라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갈대처럼 말입니다.
갈대의 교훈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갈대가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유연함과 끈기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고정된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한 가닥씩 꼬인 실타래를 풀어가듯 관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갈등은 때때로 우리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계의 깊이를 선물합니다. 마치 갈대가 바람에 흔들이면서도 그 자리를 지키듯,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조금 더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속에서 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