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향기

by 전온유

우리는 매일

수많은 냄새 속을 지나며 살아갑니다.

젖은 흙냄새와 꽃내음, 갓 지은 밥에서 피어오르는 따뜻한 냄새,

스쳐가는 누군가의 향수까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 모든 것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습니다.

어떤 것은 그저 ‘냄새’라 하고,

어떤 것은 ‘향기’라 부르죠.


둘 다 공기 속에 머물다 흩어지는 것 같지만,

우리는 그중 어떤 것은 피하고 싶어지고

어떤 것은 한 번 더 들이마시고 싶어 집니다.


냄새는 대개

불쾌하거나 불편함이 스친 자리에 붙는 이름이고,

향기는

머물고 싶고 다시 떠올리고 싶은 감각의 이름입니다.


말도 그렇습니다.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공기처럼 남아

누군가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 말은

어떤 사람에게는 지우고 싶은 냄새가 되고,

어떤 사람에게는 오래 간직하고 싶은 향기가 됩니다.


불편한 말은

좀처럼 씻겨 내려가지 않습니다.

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은 앙금이 되어

마음을 휘저을 때마다 숨을 탁 막히게 합니다.


반대로

향기로운 말은 은은하게 번져갑니다.

시간의 결을 따라 흐르다

기억의 모퉁이에서 따스한 여운으로 다시 피어납니다.


저는 종종 생각합니다.

내가 지나온 자리마다

어떤 공기가 남아 있었을까 하고요.


누군가 그 자리에 잠시 머물렀을 때

숨을 참고 싶어 졌을까요.

아니면 이유 없이 조금 더 머물고 싶어 졌을까요.


말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남습니다.

그리고 그 잔향은

누군가의 하루와 마음에

작고도 깊은 흔적으로 스며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말을 고를 때

지금 이 순간 전하고 싶은 뜻만이 아니라

그 말이 지나간 뒤

어떤 공기를 남길지까지 함께 헤아려야 합니다.


내가 건넨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속에

불편한 냄새로 남지 않기를,


가능하다면

조용히 오래 머무는

말의 향기로 남기를 바랍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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