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케이크를 다 먹지 못했기에, 나는 쿠폰을 건넸다
토론토에서 내가 가장 자주 가던 카페다.
이 가게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아직도 기억한다.
소박한 외관과는 달리, 안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유리 쇼케이스에
수십 가지 치즈케이크가 줄지어 나를 맞이한다.
초록색, 분홍색, 하얀색, 마블, 더블 초코, 블루베리…
그 모습이 너무 화려해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한참을 서서 케이크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진한 녹색의 피스타치오 치즈케이크를 골랐다.
그 조각은 다정했다.
단단한 듯 부드럽고, 묵직한 듯 고소했다.
그날의 피스타치오는, 낯선 도시에서의 내 하루를 조금 덜 낯설게 만들어줬다.
나는 그 후로 여러 번 그곳을 찾았다.
치즈케이크를 먹고,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늘 특별할 것 없는 메뉴들이었지만,
그 공간만큼은 내게 아주 특별했다.
조금 낡고 오래된 인테리어, 테이블마다 앉아 있는 손님들의 낮은 목소리,
그 모든 게 내 안을 조용히 데워주었다.
그곳은, 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였다.
지내던 쉐어하우스에서 멀지 않았기에, 나는 그곳을 자주 찾았다.
종이 쿠폰도 차곡차곡 모았다.
열 개의 스탬프를 다 모으면, 치즈케이크 한 조각이 무료.
언젠가 모든 맛을 다 먹어보는 게 작은 꿈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토론토를 떠나기 직전.
가게가 팬데믹으로 인해 임시 휴업을 해버렸다.
나는 스탬프를 다 채운 쿠폰을,
영주권을 받고 캐나다에 남기로 한 대만 친구에게 건넸다.
그 친구는 가정교사로 일하며 혼자 이민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당시에 팬데믹 속에서 떠나지 않고 그곳에 남겠다 결정을 내린 게 괜히 대단해 보였다.
“언젠가 이 가게가 다시 열리면, 꼭 치즈케이크를 먹어봐.”
나는 그렇게 말하며 쿠폰을 건넸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곳,
내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었던 장소.
그 따뜻한 기억을 친구에게 남기고 싶었다.
부산에서 치즈케이크를 먹을 때면,
가끔 그 가게가 생각난다.
이제는 그런 종류의 케이크를 파는 곳도 많아졌지만,
그때처럼 열 가지 이상의 종류들이 진열된 치즈 케이크의 풍경은 아직 본 적 없다.
지금도 Future Bistro는 영업 중이라 들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그때처럼 케이크를 천천히 고르며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그래도 괜찮다.
언젠가 또 생각이 날 테고,
그땐 그곳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를 바란다.
나의 열 조각 기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