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이유는 없었고,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백수 생활 7개월 차
시간이란 걸 별생각 없이 흘려보내던 시절이었다.
하루하루를, 마음 가는 대로 보냈다.
그날도 그랬다.
친구와 피자를 사서 바다를 보러 갔다.
날씨는 맑았고, 바닷바람은 부드러웠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바다가 보고 싶었다.
계획도 없었고, 목적도 없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해변.
햇살은 따뜻했고, 바람은 살랑살랑,
파도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모래바닥에 툭 앉아 피자 상자를 열었다.
토마토와 파인애플, 그리고 담백한 햄.
어울릴 듯, 안 어울릴 듯한 이 조합이
그날따라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그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
딱히 친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동갑내기였고,
갑자기 이렇게 메시지를 보냈다.
“행복하십니까!”
나는 대답 대신, 바다와 피자를 찍은 사진을 보냈다.
잔잔한 파도, 햇살에 반짝이는 수면,
그리고 한 손에 들린 따끈한 피자.
그 조용하고 단순한 풍경이,
그 순간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솔직한 대답이었다.
그 사진이 부러움이 되었을까, 위로가 되었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때의 나는… 정말 행복했을까?
확실한 건,
그날의 나는 아무 걱정 없이
그저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햇살은 따뜻했고,
모래는 부드러웠으며,
피자는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계획 없는 하루였지만,
모든 게 제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
무엇 하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완벽하게 평온한 순간.
지금 돌이켜보면,
살면서 그렇게 조용하고 가벼운 하루가
또 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