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초코와 크로와상 사이에 머물던 마음

어느 겨울, 따뜻함을 닮은 카페를 기억하며

by 온빛

캐나다에 머물렀던 1년은, 내게 도피이자 재충전의 시간이기도 했다.
유난히 추위를 싫어하는 나지만, 그해 겨울엔 유독 핫초코를 많이 마셨다.
몸을 데우는 따뜻한 음료가 필요했고, 마음을 채우는 무언가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연히 시작된 것이 아몬드 크로와상이었다.

한국에서 흔하게 찾기 어려운 아몬드 크로와상은,
그곳 카페들에서는 놀랍도록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겹겹이 바삭한 식감 속에 가득 찬 아몬드 필링은
크로와상보다 조금 더 비쌌지만 훨씬 든든했고, 그날의 끼니로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퀘벡시티의 Paillard라는 카페가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퀘벡시티를 여행하며 현지 워킹 투어를 들었고, 가이드는 핫초코와 크로와상이 맛있는 곳이라며 이 카페를 추천해 주었다.


첫 방문엔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몸을 이끌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밖은 고요하고 차가웠지만, 문 안은 따뜻한 공기와 사람들로 북적였다.
빵이 가득 쌓인 진열대, 분주히 주문하는 사람들, 따뜻한 온기—그 풍경이 참 좋았다.


다음은 가을이었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계절, 한국에서 놀러 온 친구와 함께 또 이곳을 찾았다.
우리 앞에 놓인 핫초코와 크로와상, 그때의 풍경과 친구의 웃음이 함께 기억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언제나 그랬듯이 혼자였다.

언제나처럼 같은 메뉴—핫초코와 아몬드 크로와상—을 주문하고 따뜻한 창가 자리에 앉았다.
나 자신에게 달콤함과 충만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그렇게 이 작은 메뉴가, 캐나다에서의 내 겨울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엔 어쩐지 더는 핫초코를 주문하지 않게 되었고, 아몬드 크로와상도 좀처럼 찾지 않게 되었다.


이젠 그 메뉴가 특별한 곳에 있었기 때문에 특별했음을 알 것 같다.
그 순간을, 그 겨울을 함께 해주었기에.


퀘벡시티는 이제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토론토에서도 버스로 아홉 시간이 넘게 걸렸던 도시. 그런데도 몇 번이나 그 길을 달려갔던 그 시절의 내가 참 대단하다.


지금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핫초코와 아몬드 크로와상이 생각나는 날이 온다면—
그곳엔 여전히 나를 채워줄 무언가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 지금의 나를 조금은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