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뭐라고, 워치링

필요하지 않지만, 갖고 싶은 것의 매력

by 온빛

나는 반지를 하지 않는다.

손을 자주 씻는 탓에 손가락에 뭔가가 걸려 있는 게 싫다.

예쁘긴 한데, 꼭 손가락에 작게 묶인 듯한 답답함이 느껴진다.


그런데 어느 날, 인스타그램에서 이상한 걸 봤다.

카시오에서 50주년을 기념해 ‘워치링’을 출시한다는 소식.

말 그대로, ‘시계 모양의 반지’였다.

시계도 아닌 것이, 반지도 아닌 것이,

사진으로만 봐도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귀여움이었다.


백화점의 카시오 매장에 전화했더니,

“평일 오전에 2개인가 3개만 들어옵니다. 오픈런 아니면 못 사십니다.”

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데 솔직히 정확한 개수는 잘 기억이 안 난다.

2개였던 것 같기도 하고, 3개였던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적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회사도 가야 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나는 그날로 워치링을 마음에서 지워버렸다.



그러다 올봄, 나고야 여행을 갔다.

벚꽃이 한창이었고, 여행은 빡빡했고, 쇼핑은 꿈도 못 꿨다.

그렇게 또 워치링은 내 기억의 서랍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의식적으로 테무를 구경하다가

혹시나 하고 ‘워치링’을 검색했더니…

2천 원짜리들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내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 싸고 귀여운 게 정말 가능하다고?

사진도 제법 예뻐 보여서 일단 하나를 주문해 봤다.



며칠 뒤 도착한 워치링은… 생각보다 훨씬 귀여웠다.

손가락에 딱 끼워보니 무겁지도 않고,

스마트워치처럼 무심한 디자인이 아니라,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다.

몇 년 동안 차던 스마트워치를 벗어던지고,

워치링을 끼고 출근했다.



그런데 회사 사람들이 보자마자 반응이 폭발했다.

“어머, 이게 뭐예요? 너무 귀엽네요!”

“우와, 진짜 작동해요? 시계약도 갈 수 있어요?”

“이거 얼마예요? 어디서 사셨어요?”


사람들이 내 손을 붙잡고 꺅꺅 소리를 지르고,

사진까지 찍어가고,

끼워보겠다고 돌려 차는 통에

괜히 손끝이 간질간질하고 웃음이 났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인데,

그날만큼은 사람들의 반응이 은근히 뿌듯했다.

‘역시 내 안목이야’

괜히 혼자 으쓱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반응할 만한 건가 싶기도 했다.

그냥 싸구려 액세서리 같은데,

희한하게도 이 작은 반지 하나가

내 기분을 하루 종일 좋게 만들었다.

키보드를 치다가도, 회의 중에 슬쩍 시간을 확인하면서도

괜히 명품이라도 된 듯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심지어는 ‘이걸 여러 개 사서 색깔별로 바꿔 끼고 다녀야지!’라는 생각까지 했다.



워치링은 분명히 쓸모없는 물건이다.

스마트워치가 있고, 휴대폰이 있고,

손목시계도 아직 살아 있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마음에 드는 걸까?


아마도 ‘필요하지 않지만, 갖고 싶은 것’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비싸지 않고, 부담 없고, 조금 유치하지만

내 마음을 묘하게 간질이는 그런 물건.



오늘도 나는 워치링을 끼고 출근한다.

회의 시간에 휴대폰을 보기 민망할 때

슬쩍 시간을 확인하면서 혼자 낄낄 웃는다.

이게 뭐라고 싶지만, 오늘도 손가락 위의 작은 시계가 기분을 높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