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언어, 그리고 나를 잃어버리는 마음
오랜만에 한국어가 기초 수준인 캐나다 사람에게 과외를 하게 되었다.
몇 년째 수업 중인 학생이 Korean language meet-up에서 알게 된 친구라며 나를 소개해 주었다.
처음 만나보니, 이미 한글을 읽고 쓰고, 간단한 대화도 할 줄 알았다.
혼자 공부한 지 5년이 넘었다고 했다.
하지만 몇 마디를 나눠보니 비어 있는 부분들이 보였다.
나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이미 아는 건 빠르게 넘기고, 놓친 기초를 짚어주면서, 한국인으로서 전해줄 수 있는 문화까지 알려줘야겠다고.
첫날은 인사말부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기본적인 말은 이미 자연스럽게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안녕히 계세요'와 '안녕히 가세요'에서 잠시 멈췄다.
외국인에게 이 인사를 설명할 때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한국어는 저를 생각하지 않아요. 오직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상대방이 남아 있으면 '안녕히 계세요', 떠나면 '안녕히 가세요'예요."
이야기를 듣고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막상 상황을 주면 헷갈려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나도 생각하고, 상대방도 생각하려다 보니 헷갈려요."
그럴 때마다 나는 웃으면서 말한다.
"아니에요. 한국어는 저를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상대방만 생각하시면 돼요."
그제야 조금씩 이해하는 얼굴이 된다.
우리는 한 번도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이 인사가, 외국인에게는 이렇게까지 낯설고 이상한 말이었다.
가르치다 보니 문득 깨달았다.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더라.
한국 사회 속에서 그렇게 상대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소심하고, 눈치 보고, 튀지 않으려 애쓰며.
외국에 가면 괜히 더 자유롭고, 과감해지는 이유가…
어쩌면 모국어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한국어가 가진 ‘배려’는 참 따뜻하다.
하지만 어떤 날에는 너무 나를 지워버리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경계에서, 나는 외국인에게 '안녕히 계세요'와 '안녕히 가세요'를 설명하며 묘한 기분이 된다.
생각해 보면, 한국어 인사말에는 ‘나’가 없고, 상대방만을 고려하는 말이 참 많다.
*안녕히 주무세요,
*들어가세요,
*다녀오세요,
*많이 드세요.
이런 인사말을 가르치면서 나는 배운다.
한국어가 가진 따뜻한 마음도, 그리고 그 속에서 나를 지켜내는 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