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무지개가 쏟아지던 거리에서

숨기지 않고, 함께 웃었던 그 시간

by 온빛

소셜미디어에서 친구의 사진을 보았다.

토론토 한복판, 사람들 사이에서 무지개 깃발을 흔들며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몇 해 전의 그날이 떠올랐다.

무지개가 도시를 뒤덮던 여름,

나는 처음으로 Pride Parade를 만났다.


그전까지 ‘게이’라는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건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 같았고,

우리 사회에서는 숨기고, 속으로만 간직해야 하는 감정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토론토의 여름은 달랐다.

퍼레이드가 다가올수록 거리는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쇼윈도마다 무지개 모양의 소품이 놓였고,

은행과 건물들은 Pride라는 글자를 큼지막하게 걸어두었다.

사람들은 무지개 티셔츠를 입고, 피켓을 들고, 모두가 퍼레이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퍼레이드 당일, 일본인 친구와 함께 거리로 나갔다.

게이에 보수적인 두 나라를 대표하듯, 왜 우리가 이 퍼레이드에 가보기로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둘 다 보수적인 사회에서 살아오다, 이제 그런 시선을 벗어던질 수 있는 곳에 와서였을까.

그저 호기심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이미 거리는 사람들로 빼곡했고, 모두가 행복한 얼굴이었다.

괜히 후회가 됐다. 무지개 티셔츠 하나쯤 준비해 올걸.

무료로 나눠주던 스티커를 잔뜩 몸에 붙이고, 작은 깃발을 들고 그 속에 섞였다.


그리고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놀이공원의 퍼레이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화려하고 거대했다.

반짝이는 옷을 입은 사람들, 신나는 음악, 소리치며 손뼉 치는 사람들.

나도 덩달아 웃고, 환호하고, 춤을 췄다.

그날만큼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사라졌다.

그저, 그들과 함께여서 좋았다.

다르지 않은 사람들, 같은 거리에서 숨 쉬고 웃고 있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리는 아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하루 종일 더운 줄도 모르고, 서 있는 줄도 몰랐던 내가 웃고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가끔 생각한다.

기사 속 차가운 댓글을 보며, 아직도 보수적인 시선에 둘러싸여

말을 아낄 때도 있지만,

그날의 나는 분명 행복했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숨기지 않고, 웃을 수 있었던 그 시간.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다시 그 무지갯빛 거리에 설 수 있다면,

나는 이번에도 스티커를 붙이고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고 싶다.

숨기지 않고, 부끄러워하지 않고,

다시 한번, 그날처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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