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고한 나를 위한 작은 놀이터
요즘 나는 한의원에 다닌다.
몇 년 만에 가는 거라서 그런지, 침을 맞기 전부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원장님이 “혹시 한의원 처음 오셨어요?” 하고 웃으셨다.
아니요, 처음은 아닌데요… 왜 이렇게 낯설고 떨리던지.
허리디스크가 도져서, 일주일이 지나도 도무지 나아지질 않자 결국 결심했다.
양약으로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이제는 한의학의 침에 기대 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된 한의원 생활.
침 치료가 끝나면, 선생님이 꼭 “물리치료받고 가세요~” 하고 말씀하신다.
처음엔 물리치료라길래,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숨겨져 있는 줄 알았다.
막상 들어가 보니, 그곳은 기계들이 주르르 놓여 있는 작은 놀이공원(?) 같은 공간이었다.
‘이게 치료야, 놀이터야…?’ 싶을 만큼 기계들이 알록달록했다.
첫 번째, 하이드로 마사지 베드
꿀렁꿀렁 물침대 위에 조심스럽게 몸을 눕혔다.
등과 허리를 따라 따뜻한 물살이 순환하며 퉁퉁 두드린다.
‘물로 이렇게까지 풀어질 수 있구나.’
순간, 속으로 “캬…” 소리가 절로 났다.
두 번째, 전동 롤링 마사지 기계
온몸을 방망이로 톡톡 두드려 주는 기계.
처음엔 ‘이게 시원할까?’ 싶었는데, 리듬감 있게 톡톡 치니 이상하게도 묘하게 좋았다.
‘좀 더 세게 쳐도 되는데?’라는 욕심이 생겼다.
세 번째, 복부 마사지 기계
이건 한동안 안 했다.
‘배를 기계에 맡겨도 되나?’ 괜히 걱정이 돼서 피했는데, 어느 날 호기심에 슬쩍 앉아봤다.
그날 저녁, 속이 편안하게 가라앉고, 다음 날 아침에는 놀라울 만큼 가벼웠다.
그때부터 화장실에서 ‘나 잘했어!’ 하고 나 자신을 칭찬하게 됐다.
‘이건 매일 해야겠다!’ 싶어 단골처럼 자리를 잡았다.
네 번째, 좌훈기
발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좌훈기에 앉으면, 김이 스르르 올라오면서 발끝부터 몸 전체가 풀린다.
‘아… 이래서 좌훈좌훈 하는구나’ 싶었다.
다섯 번째, 손 마사지 기계
손을 넣자마자 꾹꾹 눌러주는데, 5분 뒤엔 손이 살아난 듯 가벼워진다.
평소 병뚜껑도 못 딸만큼 힘없는 내 손에 이런 기계가 있다는 게 고마울 지경이었다.
이렇게 기계마다 몸을 맡기고 있으면, 어느새 머릿속이 비어버리고 세상이 조금 더 부드럽고 느릿해진다.
내 몸이 어디가 아팠는지도 잊을 만큼.
예전에는 혼자 살던 집에 방이 하나 남아서, 그 방을 뭐에 써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적이 있다.
영화관처럼 만들자며 빔프로젝터를 설치했지만 몇 번 보지도 않고 팔아버렸고, 옷방으로 꾸미려다 옷이 많지 않다는 사실만 깨달았다.
결국 게스트룸으로 만들어두긴 했는데, 손님이 없는 날엔 그저 청소만 귀찮은 방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요즘 물리치료를 받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다.
‘아, 그때 그 방을 이렇게 힐링룸으로 만들었어야 했구나!’
마사지 기계들을 쭉 들여놓고, 초록초록한 식물들을 채워 넣어,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공간.
이렇게 방 하나의 정답을, 이제야 찾은 기분이었다.
사실 나는 마사지를 정말 좋아한다.
힘을 들이지 않고, 조용히 누워 있기만 해도 몸이 풀리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생각해 보면 집에도 이미 다리 마사지기, 어깨 마사지기, 눈 마사지기, 허리 마사지기까지 갖춰져 있다.
특히 다리 마사지기는 10년 넘게 매일같이 쓰는, 내 인생템이다.
다리가 뭉칠 때마다 ‘오늘도 수고했다’며 쓰다듬어줄 만큼, 나에게는 거의 가족 같은 존재다.
언젠가 다시 방이 하나 남는 집에 살게 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방을 기계와 식물로 가득 채운, 나만의 힐링룸으로 만들 것이다.
요즘은 정말 그 방이 너무 갖고 싶어 져서 ‘다시 방이 여러 개인 집으로 이사 가야 하나?’ 하고 혼자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이미 부동산 앱을 열어놓고 있는 걸 보면, 마음은 반쯤 결정한 것 같기도 하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풀리고, 웃음이 난다.
그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오늘은 조금 덜 아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