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를 부르는 문장

'삶은 도서관'을 읽고

by 온벼리

'삶은 도서관'을 읽고


바쁜 일정으로 늦었지만, 그녀의 책이 오래도록 사람들 곁에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리뷰를 쓴다.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싶게 만드는 이 책은, 오랜 브런치 이웃인 ‘포도송이 X인자’ 작가님의 책이다. 경력 단절의 시간을 보내던 그녀는 중년의 어느 날, 도서관 사서라는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용하기만 한 도서관에서 대체 어떤 재미난 일이 벌어져 책을 낼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도서관에서 일한다고 하면 흔히 ‘편안하고 책을 많이 읽겠구나’ 하는 상상을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도서관은 다채로운 일들로 가득했고 서서라는 직업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지적 장애가 있는 내 첫째 아이는 직업훈련을 받는 전공과에 다니고 있다. 그곳에서 ‘바리스타’와 ‘도서관 사서 보조’ 같은 실무 수업을 듣는데, 아이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나는 엄마로서 아이가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바리스타보다 도서관에서 좀 더 편하게 일하길 바랐다. 그런데 아이는 도서관 일이 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나는 그 말을 쉽게 이해되지 못했다. 아이가 일해본 적이 없기에 자기 기준으로 힘듦을 말한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사서의 시선으로 잔잔하고 친절하게 풀어낸다. 글은 그녀답게 섬세하고 따뜻하며, 흔히 지나치기 쉬운 작은 순간에도 깊은 의미를 새긴다. 덕분에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의 조각들에 조금 오래 머물고, 다시금 의미를 찾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책이 집합된 곳에서 자기만의 무지개를 발견하듯, 나 역시 책이 많은 공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좋아한다. 하지만 도서관은 내게 꽤 먼 공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편이라 다독이 어렵다. 느리게 읽는 이 습관이 도서관 사서로서는 반가울 리 없다. 정해진 기간에 책을 반납하지 못하는 ‘불량 대출자’가 될 수도 있고, 반복 연체자로 블랙리스트에 오를 위험도 있다.

사서는 책이 연체되면 다정한 독촉 전화를 돌리는데, 그 따뜻한 전화조차 느리게 읽는 내게는 부담이 된다. 이런 이유로 도서관은 어쩐지 멀게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책으로 인해 자꾸만 도서관에 가보고 싶어지고, 도서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커졌다. 식사가 가능한 도서관도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도서관이 단지 아이들을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 도서관 투어 브런치북을 집필 중이다. ‘꼭 가까운 도서관만 가야 한다’라는 법은 없었다. 송도에도 멋진 도서관이 생겼다니, 나도 곧 아이와 함께 도서관 투어를 시작해 볼까 한다.


또 이 책은 필사를 부르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이전에 발행한 (슬브생) 3강 ‘작가의 힘, 글쓰기 실력’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녀의 문장은 시적인 묘사력이 탁월하다. '어떻게 저런 비유와 표현을 할 수 있을까?' 감탄스럽다. 평소 표현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참으로 배울 점이 많다.

나는 보통 책을 한 번만 깊이 읽고 마는데, 이 책은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재미난 표현법을 한 자 한 자 꼭꼭 씹어 내 글에 좋은 양분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다.


브런치 이웃의 책 리뷰를 여러 차례 했지만, 내가 읽어본 브런치 작가들의 책 중 최고의 표현력을 가진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이 책을 만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서점에서 만나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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